집단적 따돌림이 한국 일본과 같은 동양권에서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뭘까. 설득력 있는 설명 중 하나는 뿌리 깊은 공동체주의 또는 집단주의의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구에서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나 방치가 문제가 되곤 한다.
집단주의가 극단으로 흐를 때 집단사고(group think)가 형성된다.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어빙 재니스는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 일치를 유도하는 경향이 지나쳐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성향을 집단사고라고 정의했다. 집단사고가 형성되면 그 집단의 대표자나 구성원 다수의 생각과 행동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비윤리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결정도 집단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소집단 단위의 이너서클 안에서는 ‘의리’ 또는 ‘관계’로 결속되지만 그 밖의 사람들은 배척된다. 민주적 과정이나 개인의 권리는 무시되고 오직 집단의 목표와 결과를 중시하게 된다.
공동체 의식이 지식의 영역에서 발휘된 게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다. 집단지성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개인이 올린 성과보다 더 우수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 또는 그 과정이나 결과물을 일컫는다. 이때 중요한 점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다양성이 확보될 때 그 효과가 커진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배경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 무엇보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이 모일 때 창의적인 대안이 나온다. 집단사고를 경계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과 적극적인 표현을 장려해야 비로소 집단지성이 작동한다.
“회의(會議)가 많으면 회의(懷疑)에 빠지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뜻을 모으고 의견을 모은다는 의미인 ‘회의’는 집단지성을 발휘하기 위한 기본적인 도구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70%가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경영자들이 하루의 절반을 회의에 소모한다고 푸념하는 게 현실이다. 집단지성이 작동하려면 조직 문화부터 바꿔야 하는데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악영향을 준다는 시각도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 국가주의와 결합된 극단적 사상, 뿌리 깊은 지역주의, 열등의식이 반영된 인종주의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조직에서도 리더와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다를 수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121호에서 소개한 여행업체 ‘여행박사’는 직원들의 의견과 다양성을 존중해 창의적인 혁신을 장려하면서도 평가와 보상에 있어서는 공동체주의의 장점을 극대화해 직원들의 열정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조직 문화와 제도의 상승 작용은 2000년 3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가 여행 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직원 수 200여 명, 송객 실적 27만 명, 매출액 120억 원을 웃도는 강소 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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