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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칼럼]집단사고와 집단지성은 종이 한장 차이

입력 | 2013-04-11 03:00:00


학교 폭력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은 집단적 괴롭힘의 표적이 돼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누군가가 힘 있는 친구, 예를 들어 일진에게 찍히면 그때부터 폭력이 시작된다. 친하게 지내던 학생들마저 등을 돌리고 괴롭힘에 동참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면 피해 학생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집단적 따돌림이 한국 일본과 같은 동양권에서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뭘까. 설득력 있는 설명 중 하나는 뿌리 깊은 공동체주의 또는 집단주의의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구에서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나 방치가 문제가 되곤 한다.

집단주의가 극단으로 흐를 때 집단사고(group think)가 형성된다.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어빙 재니스는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 일치를 유도하는 경향이 지나쳐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성향을 집단사고라고 정의했다. 집단사고가 형성되면 그 집단의 대표자나 구성원 다수의 생각과 행동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비윤리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결정도 집단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소집단 단위의 이너서클 안에서는 ‘의리’ 또는 ‘관계’로 결속되지만 그 밖의 사람들은 배척된다. 민주적 과정이나 개인의 권리는 무시되고 오직 집단의 목표와 결과를 중시하게 된다.

집단주의의 긍정적 측면도 있다. 김연아 선수는 3월 세계 1위에 화려하게 복귀하며 수상 소감으로 "나이 어린 스케이터들과 함께 다음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기쁘다"(세계선수권 1위 선수가 소속된 나라에는 올림픽 출전권 3장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영락없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감정이 북받쳐 오른 시상대 위의 김연아 선수와 그를 지켜보며 눈시울이 붉어진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 강하게 결속돼 있다. 병역 회피로 온갖 비난을 들으며 군대를 두 번 다녀온 가수 싸이는 자신을 비판했던 국민들에게 ‘국제 가수’ 등극의 공을 돌리며 서울광장에서 무료 콘서트를 열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공동체 의식이 지식의 영역에서 발휘된 게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다. 집단지성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개인이 올린 성과보다 더 우수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 또는 그 과정이나 결과물을 일컫는다. 이때 중요한 점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다양성이 확보될 때 그 효과가 커진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배경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 무엇보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이 모일 때 창의적인 대안이 나온다. 집단사고를 경계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과 적극적인 표현을 장려해야 비로소 집단지성이 작동한다.

“회의(會議)가 많으면 회의(懷疑)에 빠지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뜻을 모으고 의견을 모은다는 의미인 ‘회의’는 집단지성을 발휘하기 위한 기본적인 도구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70%가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경영자들이 하루의 절반을 회의에 소모한다고 푸념하는 게 현실이다. 집단지성이 작동하려면 조직 문화부터 바꿔야 하는데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악영향을 준다는 시각도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 국가주의와 결합된 극단적 사상, 뿌리 깊은 지역주의, 열등의식이 반영된 인종주의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조직에서도 리더와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다를 수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121호에서 소개한 여행업체 ‘여행박사’는 직원들의 의견과 다양성을 존중해 창의적인 혁신을 장려하면서도 평가와 보상에 있어서는 공동체주의의 장점을 극대화해 직원들의 열정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조직 문화와 제도의 상승 작용은 2000년 3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가 여행 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직원 수 200여 명, 송객 실적 27만 명, 매출액 120억 원을 웃도는 강소 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아이디어의 다양성은 구성원들의 다양성에서 나온다. 성별이나 연령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의 다양성보다 훨씬 중요한 게 ‘생각하는 방식’의 다양성이다. 조직 내 소통의 부재, 문화적 차이 등에 따른 조직 구성원 간 갈등을 걱정하는 리더들이 많다. 강력한 조직 문화를 중시하는 경영자도 많아졌다. 이런 고민을 가진 리더들에게 먼저 이 질문에 답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직원들 중 업계의 통념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6호(2013년 4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미국 기업 지배구조 개선안 소개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1950년대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된 주식의 90%가 개인투자자들의 소유였다. 이들은 평균 7년 동안 주식을 보유했다. 지금은 주식 대부분이 기관투자가들의 손에 있고 평균 보유 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심지어 1000분의 1초 단위로 주식을 샀다 파는 초단타 매매도 성행한다. 이런 단기 보유자들은 기업의 장기 성장에 관심이 별로 없다.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게만 주주총회 투표권을 주는 방법 등 현재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러 가지 기업 지배구조 개선안을 소개한다.


신임리더가 기억할 5가지 원칙

▼ 정동일 교수의 Leader's Viewpoint

대통령이나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부임하면 처음 3개월 정도는 ‘허니문 기간’을 준다. 최대한 비판을 자제하며 잘 정착할 수 있게 배려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새로운 직책을 맡게 된 리더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업무 파악을 빨리 할 수 있을지, 낯선 부하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밀려든다. 잭 웰치 전 GE 회장조차도 “회사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내가 가장 늦게 알았다”고 고백했다. 조직의 신임 리더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다섯 가지 조언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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