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기관-油化업계 CEO 30여명 ‘화학산업 안전보건리더 회의’ 열어“대기업이 먼저 나서면 안전문화 확산”
최근 유해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화학산업 안전보건리더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과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 최고경영자들이 화학 사고 예방을 위한 결의문을 읽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충북뿐 아니라 유해화학물질이 누출되거나 폭발하는 등 크고 작은 화학 사고가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의 사고는 안전대책이 상대적으로 부실한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는 산업현장 전반에 퍼져 있는 구조적 문제점과 안전불감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전남 여수시에서 발생한 대림산업의 고밀도 폴리에틸렌 저장탱크 폭발은 초보적인 안전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발위험 방지, 위험물질 사전 제거, 안전보호구 착용 등과 같은 사전 안전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무리하게 작업이 진행된 것이다.
지난달 22일에는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염소가스 누출, 경북 구미시 LG실트론 불산 혼합액 누출,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고열 코크스(고체연료) 유출 등 세 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또 1월 27일 근로자 1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 등 올해 들어서만 주요 대기업에서 10여 건의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이어졌다.
사고가 난 사업장의 경우 광범위한 분야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가 확인됐다. 삼성전자에 대한 고용부 특별감독에서는 방폭(防爆)시설 미설치, 부적합한 보호구 지급, 배기시설 미흡 등 무려 1934건이 적발됐다. 지난달 5일 염소 누출로 주민 160여 명이 병원을 찾은 경북 구미시 구미케미칼에서는 송풍장치의 사전점검 누락이 확인됐다.
사고가 난 작업현장은 예외 없이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았다. 또 대부분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는 관행이 안전관리 부실로 이어졌다. 삼성전자와 대림산업도 원청과 하청업체 사이에 안전관리를 위한 협의기구가 아예 없거나 부실하게 운영됐다.
연이은 화학 사고에 국민 불안이 가중되자 정부와 기업이 비상에 걸렸다. 11일에는 관계 기관과 주요 석유화학업체 최고경영자(CEO) 3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화학산업 안전보건리더 회의’를 열었다. GS칼텍스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한화케미칼 LG화학 등 대기업 CEO들이 산재 예방을 위해 직접 참석한 것은 드문 일이다. 이날 화학산업 안전보건리더의 역할에 대해 발표한 김동수 전 듀폰 아태지역 회장은 “산업현장의 사고를 줄이려면 기업 대표의 강력한 실천의지, 효율적인 예방대책, 협력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