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탐방
10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동물해설사 이건종 씨(오른쪽)가 김재영 기자의 아들 동윤 군에게 코끼리의 생태를 설명해주고 있다. 대공원은 이달부터 10월까지 매일(혹서기 제외)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1시에 ‘해설사와 함께하는 탐방코스’를 운영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럴 때가 좋았다. 어릴 땐 안고 다니면서 동물 이름만 말해줘도 됐는데, 아이가 커갈수록 함께 동물원 가기가 부담스럽다. TV프로그램과 그림책 등에서 보고 배운 지식으로 무장한 아이의 속사포 질문엔 말문이 막힌다. 안내판을 힐끔거려도 학명, 몸길이, 몸무게, 수명, 서식지 등 딱딱한 내용만 적혀 있다.
동물원에서 부모들이 곤란을 겪는다면 동물해설사에게 도움을 청해보자. 동물의 특징과 생태 등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10일 오후 기자가 일곱 살 아들과 함께 서울 광진구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을 찾았다.
맨 먼저 코끼리 사육장을 들렀다.
“코끼리는 육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야. 무리생활을 하는데 먹이인 풀이 많은 곳으로 안전하게 데려가는 경험 많고 현명한 할머니가 대장이지….”
해설사 이건종 씨(63)의 설명이 이어질 때 코끼리가 갑자기 뿌지직 똥을 쌌다. 아이가 킥킥대며 물었다. “코끼리는 똥을 얼마나 많이 싸요?” 해설사는 막힘없이 척척 설명했다. “하루에 200kg의 풀이나 나뭇잎을 먹는데 소화를 잘 못해서 100kg을 똥으로 배설해. 섬유질이 많아 다른 동물보다 똥냄새가 심하지 않아. 아프리카에선 코끼리 똥을 말려서 땔감으로 쓰기도 하고, 종이를 만들기도 해.”
이어 사자, 호랑이, 표범, 재규어, 반달가슴곰, 하이에나 등을 둘러봤다. 아이의 엉뚱한 질문은 계속됐다.
기자도 예전부터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해설사는 오히려 예상하고 있었던 듯 답변을 이어갔다.
“사자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왕이고, 호랑이는 아시아에서 왕이지. 아메리카대륙 대장은 재규어고. 사는 곳이 달라서 싸움을 하지 않아. 만약 실제로 싸운다면 호랑이가 이길걸. 사자 몸무게가 250kg인데 시베리아호랑이는 300kg 정도로 덩치가 더 크거든. 무리생활을 하는 사자와 달리 호랑이는 혼자 사냥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대일로 맞붙으면 호랑이가 유리할 거야.”
전체 설명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예전에 10분 만에 맹수마을을 둘러봤던 것에 비하면 훨씬 알찼다. 어린이대공원은 동물 마을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 발품을 많이 팔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정문)과 5호선 아차산역(후문)에서 가까워 접근성도 좋다. 차량을 이용한다면 후문 주차장이 동물원과 더 가깝다.
하지만 동물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97종 527마리의 어린이대공원은 348종 2975마리의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서울동물원도 지난해부터 동물해설사 35명을 배치해 해설관람코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20명 이상 단체가 사전예약을 해야만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대신 오후 1시 30분∼5시에 동물사별로 사육사가 직접 동물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있어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고 계획을 잘 짜면 알차게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