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사업 인수자 ‘건축주’ 변경 요청에 市 “조합원 동의 안받아” 반려했다가 소송 진행중에 갑자기 번복해 물의
경기 안양시가 소유권 다툼으로 소송이 진행 중인 조합아파트에 대해 건축주 명의를 새 시행사로 변경해줘 물의를 빚고 있다.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554 일대 원건 아파트 등 3개 단지 주민들은 조합을 결성해 2006년 재건축에 나섰다. 안양시로부터 5000m² 터에 24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3개동 219가구의 건축허가를 받았다. 219가구 중 조합원 몫이 77가구였으며 나머지 142가구는 일반 분양했다. 조합원들은 토지(150억 원)를 내놓고 중도금을 납부한 뒤 32평형 아파트 1채씩 받기로 했다.
2007년 재건축 공사에 들어갔으나 공정이 51%인 상태에서 2009년 12월 시행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됐다.
그러나 A사는 조합원들도 사업 부도에 시행사와 함께 책임이 있는 공동사업자로 보고 조합원의 몫을 인정하지 않았다. A사는 토지 등기를 이전한 뒤 미완공 건축물에 대해서도 건축주 명의 변경을 지난해 7월 안양시에 요청했다. 건축주가 되면 사실상 소유권도 갖는 것으로 이해된다.
안양시는 당시 “명의 변경에 대해 건축주인 조합원의 동의를 받지도 않았고, 미완성 건축물은 등기가 되지 않아 소유권을 취득했는지 불분명하다”며 반려했다. 이에 A사는 안양시를 상대로 반려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선 승소했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안양시는 2심과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도 전인 지난달 18일 명의를 변경해줬다. 안양시 관계자는 “1심에서 시가 패소했고, A사 측에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해 어쩔 수 없이 명의를 변경해줬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토지와 중도금으로 200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제 돈 한 푼 못 받고 쫓겨나게 생겼다”며 “특혜가 있지 않고는 안양시의 처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동영상 = 안양시 ‘재건축 아파트 명의 변경’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