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기 씨알 굵어져 제맛… 종패 안뿌려 100% 자연산
제주시 우도의 한 해녀가 갓 잡아 올린 소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돌기가 뾰족한 뿔소라로 속살이 탱탱하고 큰 것이 특징이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해안가에 있는 돌로 껍데기를 내리쳤다.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내장을 제거하고 바닷물에 씻은 뒤 한입 베어 물었다. 바다의 향기가 입안 가득 퍼졌다. 통통하고 쫄깃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1970년대까지 제주 바다에는 소라가 발에 치일 정도로 널려 있었다. 물안경을 쓰고 바다에 들어가면 손안 가득 소라를 건져 올렸다. 한 해 3000여 t이었던 소라 수확량은 1980년대 중반 1400여 t으로 급감했다. 지금은 소라 총허용어획량(TAC)을 정해 수협별로 수확할 수 있는 소라의 양을 정했다. 올해 수확 가능량은 1310t이다. 산란기인 6∼8월에는 소라 채취를 금한다. 자원이 고갈되는 것을 막고 자연 증식이 가능하도록 했다.
소라는 전복, 성게, 해조류 등에 비해 비싼 값에 팔린다. 제주지역 소라 수확에 따른 수입은 2011년 82억200만 원, 2012년 88억2700만 원에 이른다. 해녀는 한 번 물질을 나가 10∼30kg의 소라를 잡는데 대상군(최고 기량 해녀)은 100kg을 건져 올리기도 한다. 우도 해녀 윤정희 씨(53)는 “소라 먹이인 해조류가 풍부해서 그런지 씨알이 굵다”며 “특히 요즘은 산란기를 앞두고 있어 가장 살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윤 씨는 우도에서는 어린 소라의 종패를 뿌리지 않기 때문에 모두 자연산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소라 살에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필요한 아미노산인 아르지닌과 히스티딘이 많다. 또 간장 보호, 피로 해소 등의 예방효과를 지닌 타우린 성분이 풍부하지만 소화 흡수가 생선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노인이나 환자는 소라를 삶아 국물로 섭취하는 것이 낫다.
소라는 회, 물회, 죽, 무침, 젓갈 등으로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소라를 통째로 삶은 뒤 껍데기에서 빼낸 살은 연하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미역이나 감태 등을 먹고 자라는 소라는 제주어로 ‘구젱기’라고 불린다. 제주에서 쓸모없거나 불필요한 것을 ‘구젱기 똥’, 즉 소라의 내장을 지칭해서 부른다. 그만큼 소라를 먹을 때는 내장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내장의 일부 성분이 복통이나 식중독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