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 전원합의체 18일 공개변론
아내와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강 씨를 강간 혐의로 처벌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오후 2시 대법원 대법정에서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사건인 만큼 TV 또는 인터넷으로 중계방송은 하지 않는다.
1, 2심은 모두 강 씨를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민법상 부부는 동거의무가 있고 동거의무는 성생활을 함께할 의무도 포함하고 있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법률상 아내가 강간죄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 없고, 부부 사이라도 폭행·협박 등으로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해 강제로 성관계를 할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판결이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 어긋난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법조계에선 부부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아내도 헌법의 기본권에 기초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목소리가 커졌다. 다만 부부 강간죄를 인정하면 이혼 및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고소를 남발할 우려가 있고, 부부간 신뢰관계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은 1984년 뉴욕 주 항소법원 판결을 시작으로 부부간 성폭행을 인정하는 판결이 확산됐고, 영국은 1991년 최고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유죄로 인정한 바 있다. 프랑스는 1981년 부부 강간죄를 인정한 데다 부부간 강간을 오히려 일반 강간에 비해 형량가중 사유로 분류하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는 1999년 한국이 부부 강간을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윤성식 대법원 공보관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건이어서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이번 공개변론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