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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믿을 학생부… 안믿는 대학들

입력 | 2013-04-12 03:00:00

감사원, 임의수정 등 630여건 적발… ‘40% 반영’ 공표후 1.2%만 반영도




대학입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가 부실하게 관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감사원에 따르면 대구의 한 고교는 2009년 한 고3 학생의 대학 진학을 돕기 위해 전년도 학생부 기록 중 ‘평소 복장이 불량하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며 단체생활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활달하고 적극적’이라고 기재했다. 교육부는 해당 연도가 끝난 뒤 학생부를 고치는 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고3 학생이 과학 분야로 진학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1, 2학년 학생부를 찾아 진로희망을 ‘의사’에서 ‘과학자’로 바꾸고 “평소 생명과학 서적을 읽는다”는 내용을 추가한 교사도 있었다. 학생부를 기재할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게임에 관심이 높아 사학자가 되기 원한다’ 등 앞뒤가 안 맞는 내용을 기재했다가 임의로 바꾸기도 했다.

감사원이 이번에 적발한 학생부 부실 관리 사례는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수정한 217건 △필수 항목을 입력하지 않은 217건 △다른 학생의 내용을 잘못 입력한 101건 등 총 630여 건에 달한다.

특히 봉사활동과 관련해선 통계청 설문조사 참여를 봉사활동으로 인정받거나, 허위 봉사활동 실적을 인정받아 대학에 합격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처럼 학생부가 부실하게 관리되면서 대학들도 학생부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감사원은 “서울에 있는 사립대 6곳을 조사한 결과 학생부 성적을 20∼45% 반영하겠다고 공표해 놓고 실제로는 1.2∼13.7%만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 사립대는 내신 반영 비율을 40%(1000점 중 400점)로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기본점수로 388점을 줘 실제 반영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