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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큰오빠가 본 가수 보아

입력 | 2013-04-12 03:00:00

“벌써 스물여덟… 열애설 주인공 돼보렴”




보아

큰오빠가 바라본 가수 보아…. 이런 주제의 글을 청탁받았을 때 동생의 어떤 점을 써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다. 험난한 연예계에서 10년 넘는 세월을 버텨 오면서 후배 가수에게 귀감이 되고, 불미스러운 일이나 스캔들 한번 나지 않고 스타 아티스트의 길을 모범적으로 걷는 동생에 대해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걸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실은 철저하게 체력을 관리한다는 점이다. 나는 일찍 일어나서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편이다. 그런데 새벽까지 이어진 스케줄을 마치고 귀가한 보아가 오전 7시쯤 피트니스룸으로 들어오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엇, 너 어제 몇 시에 들어왔는데?” “새벽 2시쯤?” “보아야, 안 피곤해?” “그래도 운동은 해야지.”

보아는 수십 분을 뛴다. 댄스가수라는 직업적 특성상 항상 운동량이 많지만 그렇다고 매일 연습이 있는 건 아니다. 연습이 없는 날은 자기 몸을 스스로 추스르고 관리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을 챙겨 먹는다. 바쁜 아침에도 보아는 반공기라도 꼭 밥을 먹는다. 가끔 어머니께 반찬이 맛없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차려주신 음식을 먹지 않는 일은 결코 없다.

몇 해 전 기획사에서 무리한 체중 감량을 요구받고는(내가 볼 땐 정말 날씬했는데 좀 놀랐다. 도대체 거기서 뭘 어떻게 빼라는 건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새벽에 중국집에서 여러 음식을 배달시켜서는 오빠들과 정말 맛있게 먹고 기분을 풀었던 기억이 난다. 어쨌건 요점은 꼭 밥을 먹고 집을 나선다는 것이다. 가끔 어머니께서 자리를 비우면 가까운 곳에 사는 내가 맛있는 음식을 포장해서 아침에 집으로 배달(?)하기도 한다.

보아는 시간 약속을 철저하게 지킨다. 또래보다 사회생활을 10년 이상 빨리 시작했다.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과 일을 하다 보니 시간관념이 철저해진 것 같다. 10년 넘게 지켜보면서 약속이나 스케줄에 늦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 꾸물대지 않고 일어나고 나가야 할 시간에 딱 맞춰 나간다. 11시 반에 나가야 하면 25분엔 준비가 다 돼 있다.

보아는 허세나 낭비벽이 없다. ‘자린고비’라는 말은 아니다. 가끔 마음먹고 좋은 시계를 사서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허튼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5만 원이 되지 않는 운동화를 인터넷에서 주문한 뒤 맘에 들지 않는다며 내게 반품을 부탁할 때도 있었다. 아주 ‘합리적인’ 가격의 옷도 인터넷으로 곧잘 사서 입는다. 동생이 내 ID로 쇼핑하니까 누구보다도 잘 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며 헬스장 회원권을 전혀 할인받지 않고 구입한 적도 있다. 하고 싶은 운동에만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라면서(할인이나 협찬에는 그에 따른 의무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보아니깐…). 그리고 차 역시 시시때때로 바꾸지 않고 한번 구입하면 최소 5년 이상 탄다. 지금 자동차도 2007년에 구입했다.

그리고 항상 무엇인가를 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는(?)’ 시간이 없는 거다. 24시간을 어쩜 저렇게 효율적으로 쓸까. 나 역시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시간을 귀하게 쓰라는 말을 자주 한다. 정작 나 자신이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는 걸 느끼는데 보아를 보면서 많이 배운다.

권순훤 교수

여기까지 쓴 내용을 읽어보니 나쁜 이야기가 없다. 그래서 난 그게 좀 아쉽다. 사람이 가끔 풀어지는 모습이나 조금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야 자연스러운데 너무 어린 시절에 데뷔한 보아는 곳곳에서 카메라가 지켜본다는 사실에 자기도 모르게 적응이 된 것 같다. 오죽하면 집을 꾸밀 때 거실의 큰 유리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폴딩 패널을 설치했을까.

여동생이 올해 벌써 스물여덟.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또 만나 봐야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생길 텐데. 올해는 정말 멋진 사람 만나서 열애설의 주인공이 돼 보는 건 어떨까. “보아야, 이제 그래도 되는 나이 아니니?^^”

권순훤 서울종합예술학교 겸임교수·네오무지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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