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정부 남북대화 첫 제의
북한군 신의주서 헬기 낙하산 훈련 북한의 미사일 발사 태세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 접경 지역에서 북한군이 낙하산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이 중국 쪽에서 확인됐다. 일본 교도통신은 11일 함경북도 신의주에서 북한군 50여 명이 헬기에서 낙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단둥=교도 연합뉴스
이는 △정부 출범 이후 고조돼온 남북 긴장을 더는 방치할 수 없고 △북한에 추가 도발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올바른 선택’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한국 주도의 남북대화에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는 입체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박 대통령의 남북대화 제의는 다목적 포석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류 장관의 기자회견(오후 4시) 전에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류 장관의 대북 대화 제의 성명이 박 대통령과 충분히 조율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안보 위기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가중된 데다 12일 박 대통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을 앞두고 정부가 북한과 ‘강(强) 대 강’ 대결로만 치닫고 있다는 지적도 어느 정도 수용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도 고려됐을 수 있다. 케리 장관은 12일 방한해 박 대통령을 접견하고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그가 “박 대통령과 한국의 남북대화 의지를 적극 지지한다”는 한미 공조의 뜻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보다 더 답답한 게 저쪽(북한) 아니겠느냐”며 “대화할 여지를 줬으니 앞으로의 전개는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전향적인 제스처로 응해오면 대화 기조는 5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 발전적으로 소화될 수 있다.
○북한이 어떤 반응 보이느냐가 최대 변수
류길재 장관의 대화 제의 성명(오후 4시) 후 약 2시간 만에 나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도 “전쟁은 이제 시간문제이며 남은 것은 무자비한 징벌뿐”이라며 위협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 의사결정체계의 특성상 정확한 반응이 나오려면 하루 이상 걸리는 것이 상례”라며 “조평통 성명은 최근 긴장 고조 국면에서 사전에 써둔 것이 일정대로 그냥 발표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실질적 위협으로 보기는 어렵고 북한이 지속해온 위협 언사의 연장”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의 악질 보수언론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에 대해 악담질을 해대고 있다”며 “청와대뿐만 아니라 공모 결탁하는 모략보도 본거지들이 우리의 최후공격전 타격권 안에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위협과 관련해 강원도와 함경남도 일대에 배치한 이동식 발사차량(TEL)들을 수시로 옮기거나 숨기는 행태를 반복하는 교란전술을 펴고 있다. 군 소식통들은 11일 “북한이 강원 원산지역으로 이동 배치한 무수단 중거리미사일을 지하격납고로 옮겼다가 다시 꺼내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소식통은 “함경남도 지역에서 파악된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탑재한 것으로 보이는 4, 5대의 TEL도 수시로 장소를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발사 시점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세계의 이목을 끌기 위한 ‘헤드라인 전략’을 쓴다면 케리 장관이 방한하는 12일에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이승헌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