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은 체스 게임의 말 다 펼쳐놓고 공개적 행보北은 포커 손에 쥔 카드 숨긴 채 예측불허 게임
“남한은 체스를 두려고 하는데 북한은 포커를 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1일 좀처럼 해법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남북한이 벌이고 있는 게임의 룰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비유했다. 남한은 체스판 위에서 말을 움직이듯 예측 가능한 대북정책을 펴는 반면 북한은 상대방이 볼 수 없도록 손에 카드 패를 쥐고 있다가 ‘이건 몰랐지?’ 하며 꺼내놓는 포커 게임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10일 미사일을 쏠 것처럼 예고하고 초읽기에 들어간 움직임을 보이다가 결국 발사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도 포커 게임식 교란 전술이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이 어떤 도발 카드를 언제 어떤 식으로 쓸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키워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불안감과 피로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내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식 포커는 게임 방식도 제멋대로다. 주로 상대를 위협하지만 때론 스스로 온몸에 피를 묻히는 수준의 자해공갈도 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북한이 국가 신용도와 대외 이미지의 추락을 가져올 ‘평양 주재 대사관 철수 권고’ ‘일방적인 개성공단 운영 중단’ 등의 카드를 남발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플레이어들의 발언과 동향이 매일 언론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로드맵도 상세히 알려져 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나름대로 계산을 하며 포커판에 카드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왜 저렇게 나오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부터 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대응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 자신들만의 포커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깨치게 할 것인지가 우리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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