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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영근]창조적 융합, 기본과 협력에서 시작하자

입력 | 2013-04-12 03:00:00


이영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

인천공항이 개항한 지 12주년이 되었다. 개항할 때만 하더라도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았지만 어느새 화려함과 내실을 두루 갖춘 일류공항의 모습이 된 것이다. 작년 인천공항의 국제여객은 세계 9위, 국제화물은 세계 2위, 공항서비스는 8년 연속 세계 1위이며 영업이익률은 50%에 이른다. 약점이었던 환승률도 올해 들어 20%에 육박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이 쇄도하지만 ‘안전과 편리’라는 공항의 기본을 위해 종사자들이 서로 협력한 것뿐이니 따로 비결이 있을 리 없다. 공항은 이해당사자들이 많아 ‘사공 많은 배’가 되기 쉬운데, 이들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기본’에 대한 공감이다. 모두가 공감하면 협력이 이루어지고 협력은 창조적 융합을 낳는다. 인천공항은 출발부터 그러했다.

공항은 다른 사회간접자본시설과는 달리 토목 건축 기계 전기 정보기술(IT) 등 모든 첨단기술이 복합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융합하느냐가 공항 건설의 성패를 좌우한다. 인천공항 건설 과정에서 분야가 다른 전문가들은 각자의 주장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공항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홍콩 덴버 아테네 등 비슷한 시기에 개항한 어떤 공항보다도 성공적으로 개항할 수 있었고 이것은 곧 인천공항 성공의 초석이 되었다.

개항 이후도 마찬가지다.

공항에는 다양한 정부기관과 민간업체가 각자 영역에서 운영자 역할을 하는데 이들이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따라 공항서비스가 달라진다. 많은 외국 공항들이 운영자들 간의 조율에 어려움을 겪지만 인천공항은 최고책임자들의 모임인 ‘서비스개선위원회’를 정점으로 ‘편리와 안전’에 대한 확신을 공유하면서 운영자 간 협력을 매끄럽게 이루어 냈다. 이것은 행정의 융합이며 이를 계기로 공항 곳곳에서 연쇄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서비스의 관건인 여객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제도와 IT가 합쳐지면서 출입국 시간은 국제 기준의 절반 이하로 줄었고, 공항의 집객기능에 민간의 마케팅 기법이 더해져 여객터미널은 세계 최고의 면세시장이자 국내 최대의 쇼핑몰로 변모했다.

기술의 결정체인 공항에 전통문화가 접목돼 인천공항은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변신하였고 문화공항(Culture-port)이라는 새로운 공항패러다임이 만들어졌다. 기술과 제도의 융합,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융합, 전통과 현대의 융합, 기술과 문화의 융합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인천공항의 건설과 운영 노하우를 융합하여 외국 공항에 진출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공항에 다양한 업무, 편의, 위락 기능을 더하여 복합공항도시로 진화하기 위한 노력도 결실을 거둬 가고 있다. 이러한 융합의 결과는 바로 공익과 효율의 향상으로 나타난다.

인천공항에는 지금도 3만5000명이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 3단계 건설이나 해외진출, 복합공항도시를 통해 수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기본을 지키는 노력은 이렇게 큰 변화를 만들어 낸다.

지금 정부는 ‘창조경제’를 모토로 나라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다. 창조의 핵심은 융합이다. 인천공항 사례에서 나타나듯 이것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화학적 결합이어야 하며 그 출발은 각자의 기본에서 시작하되 그 끝에는 국민의 행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우리가 꿈꾸는 ‘희망의 새 시대’의 시작이다.

이영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