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어제 서울에서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에 위기 해소를 위한 대화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어제는 “개성공단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려면 상대방의 의중을 알아야 한다”며 거듭 대화 의지를 보였다. 오늘 중국으로 떠나는 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에게 직접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 지도부와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호응하면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북한발(發) 위기 해소를 위한 한미중 공동의 목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케리 장관은 취임 이후 첫 아시아 순방에서 가장 먼저 한국을 찾았다. 60년 동맹국인 한국과 함께 북한의 도발에 대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케리 장관은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 동맹국인 한국을 방어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과 워싱턴 불바다’ 협박을 하며 위기를 고조시켜 온 북한이 무수단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긴박한 상황에서 한미가 굳건한 동맹을 재확인하고 공동 대응을 다짐한 것은 든든한 일이다. 케리 장관은 북한의 무수단 발사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오판이 될 것이며 북한은 더 고립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밝힌 도발에 대한 경고와 대화 의지를 무겁게 판단해야 한다. 대결을 지속할 것인지, 대화로 갈 것인지는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한미가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는데도 북한이 위협적인 언행을 지속하면 북한의 입지만 좁아진다.
북한은 박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대해 어제까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와 중국의 태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북한은 장고(長考)를 해서라도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 북한이 한미가 함께 제시한 대화의 길을 외면하고 추가 도발을 하면 중국마저 대화를 촉구할 명분을 잃게 된다. 중국의 비호마저 잃는 고립무원의 상태를 원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를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