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취임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의 사건 처리에 대해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일선 검찰청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경우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처리해왔다. 검찰총장이 이런 관행에 스스로 제동을 걸겠다는 것으로 일단 환영할 만하다.
검찰총장은 모든 검사의 모든 직무에 대해 지휘권을 갖는다. 구속 및 기소 여부를 포함해 구형량까지 총장이 지시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지난해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은 수백억 원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수사검사팀의 의견을 묵살하고 법원 양형기준(징역 5∼8년)보다도 낮은 징역 4년을 구형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사실이라면 누가 봐도 부당한 일이다. 채 총장은 “최소한 혐의 유무에 대해서는 일선과 대검 주무부서가 협의해 내린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형량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이 역시 원칙적으로는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은 법원과 달리 동일체다. 재판은 법원의 권한이 아니라 판사의 권한이지만 수사나 기소는 검사의 권한이 아니라 검찰의 권한이다. 그러나 검찰 동일체 원칙이 검찰총장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검찰 동일체 원칙은 피의자가 누구냐에 따라 수사나 기소 결과가 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검찰총장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위한 것은 아니다. 검찰총장이 지휘권 행사를 자제할 때 수사나 기소의 공정성이 더 확보된다면 그렇게 하는 쪽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