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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 또만나/반또 인물]“지금 뛰어들면 청년 정치인들중 한명일뿐… 그러긴 싫다”

입력 | 2013-04-13 03:00:00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 거부한 이준석 새누리당 前비상대책위원




6일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교육장에서 인터뷰 중인 이준석 대표. 그는 “대한민국에서 내 나이에 나처럼 정치나 언론에 대한 경험을 해본 사람이 또 있을까”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대항마로 이름이 오르내릴 때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28)은 언론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으면서도 ‘출마할 생각이 없다’는 뜻은 분명히 밝혔다. 지난해에도 그런 똑 부러진 자세나 현실 정치와 일정 거리를 두는 태도 때문에 그는 비슷한 시기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한 각 정당의 청년비례대표들보다 훨씬 돋보였다. 뭔가 확고한 자신만의 중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그게 어떤 중심이냐다. 뜨거운 가슴 대신 자신만의 일정표나 처세술이 자리한 것은 아닐까? 혹시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알량한 오만이나 치기는 아닐까?

6일 서울 남영역사거리 인근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 용산교육장에서 이 전 비대위원을 만났다. 배나사는 2007년부터 그가 이끌어오는 교육봉사단체다. 이 전 비대위원은 직원 7명인 벤처기업 클라세스튜디오와 배나사, 2개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노원병 후보로 거론됐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이름이 오르내릴 텐데….

“그 정도 판돈을 걸었으니 당연한 일 아닐까 싶다. 앞으로 정치를 할 거냐고 묻는다면, 거기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다만 지금 정치권에 들어간다면 여러 청년 정치인 중 한 명이 될 텐데 그러긴 싫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밖에서 욕하는 사람보다 도덕적으로 뛰어나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계속 할 거다.”

―지금도 새누리당 소속인가. 왜 새누리당에 참여했나.

“지금도 당원이고 몇 가지 당직이 있다. 배나사 활동을 하며 저소득층 학생 주거 문제를 깊이 고민했는데 여당 비대위원이라는 자리가 그걸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나중에 대선공약에 비대위의 정책제언이 반영됐다. 비대위원 전에는 새누리당에 호감이 있는 정도였다. 대학생 시절 유승민 의원실 인턴을 하긴 했지만 그건 당시 당산동에 살던 여자친구 집 근처의 인턴 자리를 구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였고, 그보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는 모습에 매료됐다. 서울시장의 결정이 내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신기했고, ‘실용주의’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다.”

―사회운동을 하다 보면 진보진영 논리에 기울어지지 않나.

“운동권 분위기가 나와 안 맞더라. 배나사 활동을 하면서도 정교사 부교사 명칭 같은 지엽적인 문제로 트집 잡는 학생이 있었다. 내가 사업가 기질이 있어서인지 모르겠는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일에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한국의 시민사회영역도 ‘정치 2중대’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5년마다 서는 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현실에 분노를 못 했던 건 아닌가.

“가르치던 여학생이 10년 넘게 어머니에게 맞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종아리를 보여주는데 미치겠더라. 그게 새누리당에 분노하면 해결되는 일인가. 집에서 인터넷 붙잡고 있는 사람보다는 내가 그런 현실을 더 잘 알 거다. ‘고대녀’로 이름난 김지윤 씨나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과 토론을 하면 항상 내가 하버드대 출신이고 한국 청년의 현실을 모른다고 물고 늘어지는데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솔직히 그들을 보면 정치판에서 10년 동안 뭘 배웠나 궁금하다. 남을 비판하는 기술만 있고, 같은 진영의 윗사람 말을 고분고분 잘 따른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개념’이 있다고 여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비판할 수 있나.

“전시지휘관으로서 뛰어났다. 그런데 평시 리더십에 대해서는 확인된 게 없다. 평시 리더십은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능력인데 그러면 조직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 역량을 발휘할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불통, 독선이라는 비판에는 뭐, 동감을 어느 정도는 하는데, 불통이라는 단어보다는…, 그냥, 뭐라고 해야 할까…. 적당한 용어를 못 찾겠다. 남의 얘기를 귀담아들은 다음에 ‘우리는 고(go)다’ 이런 식?”

―클라세스튜디오는 어떤 회사인가.

“스마트폰용 교육콘텐츠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다. 아직 적자지만 매출은 있다. 대선까지 사실상 우리 회사는 개발의 자유만 있었고 영업의 자유가 없었다. 올해 중에 직원을 20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여자친구는 있나.

“노코멘트 하겠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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