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어를 꽃피게 하라/로버트 레인 그린 지음/김한영 옮김498쪽·1만9000원/모멘토
실제 아일랜드에서는 영어가 주로 사용돼 전체 국민의 2%, 약 8만 명만 모국어를 쓰고 있다. 그럼에도 언어가 가진 ‘권력’에 주목한 아일랜드 정부는 EU에서 자국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오랜 노력 끝에 공식 언어로 승인받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자이자 언어 관련 블로그 ‘존슨’의 필자인 저자는 언어정책 속에 숨은 정치성에 주목했다. 권력을 통해 언어 사용자의 소속감을 강화하거나 정체성을 약화하려고 했던 시도들을 다양한 역사적 사례로 설명한다.
보다 극단적인 언어 갈등 사례도 있다.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이루던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는 총과 대포로 맞서는 내전에 이어 언어전쟁까지 치렀다. 양쪽은 아랍어나 터키어에서 빌려온 몇몇 단어나 어구를 빼면 거의 똑같은 ‘세르보·크로아트어’를 사용했다. 이들은 내전 중 자신들의 언어를 각각 크로아티아어, 보스니아어라고 선포했지만 거의 차이가 없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아랍어에는 낙타에 관한 단어만 6000개가 넘는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언어에는 똥을 가리키는 단어가 35개나 된다. 저자는 모국어인 영어를 포함해 프랑스어 독일어 아랍어 등 모두 9개 언어를 구사하는 언어의 달인이다. 뛰어난 언어 학습자인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다양성이야말로 언어의 생명이라는 것이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