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세자로 살아가기/심재우 외 6명 지음/360쪽·2만8000원/돌베개
순조의 맏아들 효명세자가 아홉 살이 되던 1817년 3월 11일 성균관에 입학하는 의식을 그린 ‘왕세자입학도첩’ 중 ‘출궁도’. 창경궁 홍화문을 나와 문묘로 향하는 세자 행렬을 묘사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
조선에서 왕위 계승의 기본 원칙은 왕비가 낳은 맏아들인 원자(元子)가 왕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선왕조의 왕 27명 가운데 이 원칙에 따라 왕위에 오른 경우는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순종까지 7명에 불과하다. 왕자 출산이 뜻대로 되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적장자가 왕으로 적합한 인물인가를 놓고 권력 집단 간에 갈등이 빚어진 것도 중요한 변수였다.
세자에 책봉됐더라도 우여곡절 끝에 결국 왕좌에 오르지 못한 비운의 세자도 적지 않았다. 태종의 첫째 아들 양녕대군은 세자가 되었으나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여색에 빠졌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태종은 양녕대군을 세자에서 폐위했다.
이처럼 왕과 세자 사이에 정치적 입장이 다르거나 왕권이 불안정할 때면 아버지와 아들 사이도 정적 관계로 돌변하곤 했다. 태조와 태종, 인조와 소현세자도 그랬다. 세자는 왕권을 놓고 형제들과도 격렬한 다툼을 벌여야 했다. 후궁 소생으로 신분적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광해군이 대표적이다. 광해군과 함께 선조의 후궁에게서 태어난 형 임해군과 왕비의 아들이었던 이복동생 영창대군은 모두 강화도에 추방되었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이 책은 조선 세자의 책봉 과정부터 왕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인 세자 교육, 세자빈 간택 과정 및 혼례, 대리청정, 왕이 되지 못한 세자들의 이야기까지 세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이 2011년부터 출간한 ‘왕실문화총서’를 완간하는 9번째 책이다. 컬러 도판과 함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쓰였다.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 ‘조선의 왕비로 살아가기’ 등 총서의 다른 책들과 함께 읽는 것도 좋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