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치, 단숨에 알고싶은가요… 이 생생한 만화책이 ‘딱’입니다
지난해 6월 특파원 부임 이후 가장 많이 다룬 기사는 ‘정치’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가 얽혀 있어 외교를 포함한 정치 뉴스는 항상 뜨거운 감자가 돼 왔다. 하지만 일본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한국과 많이 다르다. 기초 지식 없이 일본 정치를 접하면 잘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본 정치를 쉽게 공부하고 싶다면 ‘가지 류스케(加治隆介)의 정견’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만화책이다. 저자 히로카네 겐시(弘兼憲史·65) 씨는 1991년 4월부터 1998년 11월까지 7년에 걸쳐 책을 완성했다.
만화는 식품회사에 다니는 가지 류스케 씨(39)가 정치인인 아버지의 사고사(事故死) 이후 선거구를 물려받아 정치인으로 일어서는 과정을 그렸다. 마지막 회에서 그는 일본의 총리로 올라선다.
책을 읽으면 △일본엔 왜 세습 정치인이 많은지 △선거운동은 어떻게 펼치는지 △총리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당수가 왜 검은돈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내각불신임안은 어떻게 결의되는지 등 일본 정치 구조를 자세히 알 수 있다. 1990년대에 그려진 만화이지만 현재 상황에 대입해 봐도 전혀 문제가 없다. 바꿔 말하면 일본 정치계는 그만큼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가지 씨가 중의원 의원직을 사퇴하고 잠시 쉴 때 그는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에서 정치를 하기 위해선 한국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서울의 분위기를 묘사할 때는 역동적인 한국의 모습을 전했다. 하지만 한국인이 포장마차에서 일본인에게 시비를 거는 장면에선 일본에 대한 뿌리 깊은 한국인의 피해의식을 그렸다.
저자는 각종 정치 이슈도 다뤘다. 2013년 현재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헌법 개정과 집단적자위권 허용에 대해서도 묘사했다. 저자의 주장은 자민당이 내세우는 논리와 똑 닮았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