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장급 인선… 기능중심 조직 개편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국가정보원 1차장에 한기범 전 국정원 3차장, 2차장에 서천호 전 경찰대학장, 3차장에 김규석 전 육군본부 지휘통신참모부장을 임명했다. 기획조정실장에는 이헌수 전 국정원 강원지부장이 기용됐다.
국정원 차장 인선과 함께 차장별 업무 분장도 새롭게 조정됐다. 지금까지 지역 중심(해외 국내 북한)에 기능이 결합된 절충형으로 업무가 나뉘었으나 이번에 완전히 기능별로 조정돼 1차장은 대북 및 해외 정보를, 2차장은 대공수사 및 대테러 방첩 등 보안 정보를, 3차장은 사이버 및 통신 등 과학기술 정보를 각각 담당하게 된다. 이에 따라 종전의 국내 파트는 조직 및 기능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정보 수집 방법은 크게 인적 정보인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와 기술 정보인 테킨트(Techint·Technical intelligence)로 나뉘는데 1, 2차장은 휴민트를, 3차장은 테킨트를 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차장이 휴민트를 활용한 공격을 담당한다면 2차장은 휴민트를 활용한 수비를 맡는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 정보를 담당하는 파트가 3차장 산하로 독립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지난달 20일 북한 정찰총국이 방송사와 금융회사를 상대로 사이버 테러를 자행하는 등 최근 북한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군 정보통신 전문가인 김 전 지휘통신참모부장을 3차장에 기용한 것도 점점 지능화되는 사이버전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차장에는 경찰 내 대표적 정보통인 서 전 경찰대학장을 임명해 국가 정보의 3각 축인 국정원과 경찰, 군 출신이 1, 2, 3차장을 나눠맡았다. 정보기관 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뤄내도록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정원 내부에서 가장 반긴 인선은 국정원 공채 출신인 이 전 강원지부장을 기조실장에 임명한 것이다. 기조실장은 국정원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핵심 포스트다. 역대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측근이 기조실장으로 임명된 예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기획 예산 분야 전문가를 내부에서 발탁함으로써 정권의 외풍을 차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차장 한기범
2차장 서천호
3차장 김규석
기획조정실장 이헌수
이재명·장원재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