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상대 성추행·성희롱은 기본, 상해·강간으로 이어지기도
1월엔 혼자 인도 여행을 하던 한국인 여성이 현지인이 건넨 맥주를 마신 후 정신을 잃고 성폭행을 당했고, 3월 25일 인도 콜카타 시에선 한국 여대생이 새벽 6시에 20대 인도인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련의 성범죄 보도를 보면 여행 안전에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반라 여성 노리는 해외 마사지업소
“카이로에 있는 시장을 걷는데 갑자기 젊은 남자 한 명이 웃으면서 ‘내 동생과 셋이서 스리섬 하자’고 막무가내로 팔을 잡았다. 잡은 팔을 필사적으로 뿌리치면서 소리 지르는 내 모습을 보고 주위에 있는 다른 남자들은 모두 즐겁다는 듯 웃었다.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북적거리는 한낮 번화가에서 벌어진 일이다.”
여성이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 마사지업소에서도 성추행이 빈번히 일어난다. 2011년 타이완 타이베이 용호양생관(龍豪養生館)이라는 마사지업소에서 마사지를 받던 30대 여성이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년 전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던 여성 A씨는 코타키나발루의 한 마사지업소에 들어갔다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제대로 마사지를 한 건 처음 30분 정도로 그 후엔 줄곧 내 귀에 대고 ‘good?’ ‘어때? 좋아?’ 등 영어와 한국어를 섞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가슴과 허벅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며 “저항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흉기를 갖고 있지 않을까 무서워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즐겁고 편안한 여행을 위해 고용한 가이드가 돌변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대형 여행사의 로컬 가이드나 단발성 투어를 위해 고용한 개별여행 가이드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지에선 가이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목적지가 아닌 외딴 곳으로 안내한 다음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현지에서 만나는 한국 남성에 의한 피해 사례도 무시할 수 없다. 이탈리아 로마의 한인 민박 주인이 함께 술을 마신 여대생 몸을 더듬고 강제로 키스한 ‘한인 민박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사건이 보도된 후 인터넷 게시판엔 해당 민박집 주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고발이 끊이지 않았다.
민박 투숙객이 성추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8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여행을 떠났던 회사원 B씨는 “한인 민박에서 옆방에 투숙하던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다. “다른 투숙객들과 술을 마셨는데, 술자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끌어안았다”며 “다음 날 밤엔 잠긴 방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시도를 해 투숙 기간 내내 불안에 떨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예전에는 현지에서의 의사소통 문제나 피해자 여성의 수치심 등으로 없던 일로 덮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해외여행지에서의 성범죄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현지 경찰, 재외공관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기방어를 하는 여성이 늘었다.
해외에서의 안전은 결국 자기 몫
타이완 CTiTV 에서 보도한 ‘용호양생관 성추행 사건’ 뉴스 화면 캡처.
타이완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도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 여부가 불투명했던 상황이지만 피해 여성 가슴에 남아 있던 타액에서 검출한 DNA와 가해자 손톱 밑에 남아 있던 피해자의 DNA를 감정해 기소할 수 있었다. 다행히 이런 경우는 확실한 증거와 정황이 있었기에 기소가 가능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증거 불충분으로 유야무야되기 십상이다. 특히 마사지업소에서 발생하는 성추행은 대부분 DNA 등 결정적 증거를 남기지 않는 데다 밀실에서 일어나 증인이 없기 때문에 신고해도 불기소처분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한 가해자가 아무리 심한 처벌을 받는다 해도 피해자가 입은 몸과 마음의 상처는 돌이킬 수 없다. 결국 해외에서의 성범죄는 ‘당하기 전 미리 막는’ 예방책이 최선인 셈이다.
해외 마사지업소를 이용할 땐 여성 마사지사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남성 마사지사에게 받을 경우엔 조금이라도 위험이 느껴지면 곧바로 마사지룸을 나와 다른 스태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현지 투어를 할 경우엔 무자격자가 아닌 제대로 허가받은 현지 여행사를 선택하는 편이 안전하다. 인터넷 여행정보 사이트를 통하거나 호텔 컨시어지에 문의하면 검증받은 가이드를 소개받을 수 있다.
인도 등 제3세계 전문여행사 ‘인도로 가는 길’의 김정기 차장은 “여성 혼자 여행하면서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인도뿐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와 도시에서도 사고를 당할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이어 “밤늦게 혼자 길을 걷거나 관광객이 좀처럼 다니지 않는 외진 골목길을 혼자 걸으면 범죄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진다. 또한 혼자 해외여행을 떠난 여성 중에는 들뜬 마음에 현지인의 친절에 쉽게 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도하게 친절을 베푸는 남성은 일단 의심하는 게 좋다. 특히 한밤중에 투어를 가자고 유혹하거나 ‘우리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얘기하는 현지 남성을 따라가면 십중팔구 범죄 표적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윤진 객원기자 nest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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