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내 11개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친일파 민영은 후손의 토지 소송에 대한 청주시민대책위원회’가 9일부터 민영은 후손들의 소송에 반대하는 시민 10만 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민족 자존심 찾는 청주읍성 복원
일제가 도시정비사업을 한다며 철거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청주읍성’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청주시는 11월까지 사진자료로만 남아 있는 청주읍성을 복원할 계획이다. 옛 읍성 서벽 40m 구간에서 일부 원형 복원 사업을 진행한다. 읍성 터가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전체를 복원하기 어려워 이 구간만 되살리는 것이다. 이곳은 현재 중앙공원 서쪽 출입구에서 YMCA까지 화단이 조성돼 있다. 청주시는 성벽이 있던 자리에 높이 4m, 폭 7.5∼8m의 실물 크기로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청주시는 일제가 철거할 당시 나온 성돌 상당수가 청주읍성 주변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10년대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진 일신여고 탑동양관 건물 기초석과 남주동의 주택 등에서 성돌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청주읍성을 복원하는 것은 천년고도의 자존심과 역사적 정체성을 찾는 소중한 일”이라며 성돌 모으기에 시민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조선 성종 18년(1487년)에 완공된 청주읍성은 길이 1783m로 위용을 뽐냈지만 일제의 도시정비사업으로 1911년 강제 철거됐다. 당시 일제는 철거 후 성돌을 하수구 축대 정비나 도로 건설에 썼다.
2011년 청주 시내 옛 남궁병원 문화유적 발굴조사 현장에서 나온 청주읍성 성돌. ‘병진사월일’이라는 명문이 선명히 보인다. 청주시 제공
충북도내 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친일파 민영은 후손의 토지 소송에 대한 청주시민대책위원회’는 9일부터 청주 성인길 차 없는 거리 등에서 10만 명을 목표로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민영은은 1913년 5월부터 6년간 충북 지방토지조사위원회 위원을 지내는 등 친일 활동에 나섰다. 1915년 11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다이쇼 일왕 즉위식에도 참석해 대례기념장을 받기도 했다. 후손들은 2011년 3월 민영은 소유였던 청주 도심의 청주중학교와 서문대교 등에 있는 12필지(총 1894.8m²)의 도로를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해 11월 1일 1심 선고에서 원고 승소하자 청주시는 즉각 항소했다. 청주시는 민영은이 사망할 때까지 지세(地貰)를 받지 않으며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입증하기 위해 근거 자료를 확보하는 중이다.
김성진 청주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특별법이 마련됐지만 재산을 되찾으려는 친일 인사 후손들의 시도가 계속되는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