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북한은 ‘서울뿐 아니라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만든다’고 공갈하며 ‘정전협정의 백지화’를 선언했기 때문에 7월 27일 정전 60주년 기념일 전까지 무력도발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한국에선 그 무력도발이 더 큰 위협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3월 19일 평양에서 ‘전국 경공업 대회’를 성대하게 열었다. 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농업과 경공업 부문에 힘을 집중시켜 승리의 돌파구를 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훈시했다. 또 “외국과의 가공무역을 확대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3월 31일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를 접하고 그 의문이 풀렸다.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竝進)한다’고 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병진’ 노선이란 무엇일까.
그 기원은 1962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4대 군사노선이 강조됐고 ‘국방건설과 경제건설의 병진’이 결정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위적 핵무력을 강화 발전시켜 국가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욱 힘을 쏟아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한다’고 결정했다.
첫 번째로 눈길을 끄는 것은 약 40년 전과 다른 뉘앙스다. 이번 결정은 국방건설의 비중 확대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전국 경공업 대회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초래한 군사긴장이 경제건설에 미칠 손해를 염려하고 있다. 특히 인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농업과 경공업의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두 번째로 전원회의는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그것을 ‘질량적으로 억척같이 다져나갈 것’을 맹세하고 ‘핵개발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민족의 생명이다’라고 강조했다.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비핵화 교섭에 복귀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선언한 것이다.
세 번째로 ‘국방건설과의 병진’이 아니고 굳이 ‘핵무력 건설과의 병진’을 결정한 것도 중요하다. 이것은 더이상 핵무력 건설과 통상무력 건설을 양립시킬 수 없는 경제적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군사노선의 중대한 수정을 의미한다.
이상을 종합하면 북한은 핵전쟁 위협을 연출하고 있지만 이미 국내적으로 ‘힘의 한계’에 도달했다. 무수단과 노동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력 동원을 필요로 하는 무력도발은 최소한으로 억제할 것이다.
북한이 추구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미국과의 교섭이다. 핵미사일 위협을 최대한 강조하고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해 비핵화 교섭 대신 ‘지역 평화와 안정’, 즉 한반도의 평화체제에 관한 당사자 교섭을 하고 싶어 한다. 정전협정 기념일이 지나면 그 본색을 분명 드러낼 것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