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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긴 쪽에서 봐도 틀린 판결문 많아”

입력 | 2013-04-15 03:00:00

민사 1심 만족도 높이기 ‘변호사들의 제언’ 리포트 발간




“기록을 먼저 이해하지 않고 증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건을 파악하는 판사가 있다.”

“어떤 재판장은 한번 얘기해 보세요’ 해놓고는 듣지도 않고 바로 다른 얘기로 넘어가 버린다. 너무 형식적이다.”

대법원이 최근 발간한 ‘민사재판 리포트 2013: 1심 집중 실천을 위한 제언’에 나타난 변호사들의 집단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이 리포트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민사 1심 재판에 대한 당사자들의 만족도를 높이자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인터뷰는 지난해 5, 6월 이뤄졌다. 당시 변호사들은 △판결문 작성 방식 △조정 △재판 및 증인 신문 방식 등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판결문에 대한 문제 제기는 대체로 ‘사건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판결문을 자세하고 성실하게 작성해 달라’는 당연한 것들이었다. A 변호사는 “치열하게 다퉜던 쟁점들을 피해 판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판결은 굉장히 허탈하다”고 지적했다. B 변호사는 “이겨도 마음이 편치 않은 판결문이 있다. … 승소했다는 것 말고는 다른 내용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C 변호사는 “이긴 쪽에서 봐도 틀린 부분이 많다는 게 문제”라며 “그런 부분에서 사법신뢰가 왔다 갔다 한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을 간결하게 쓰자는 제안엔 대체로 반대했다. D 변호사는 “판사들의 업무를 덜자는 취지로 접근하는 건 절대로 반대한다. 판결문의 답변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되도록 판결 이유를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E 변호사는 “길게 쓰는 것보단 쟁점에 대한 판단을 빠뜨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100쪽이 넘으면 읽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조정(판결 전 양측 합의로 재판을 마무리하는 제도)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F 변호사는 “법원 조정실에 한쪽 당사자만 남게 하고 상대방을 나가게 하면 상대방은 그 안에서 판사가 다른 이야기를 할 거라고 오해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법원의 권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G 변호사는 “조정 의사가 없는데도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조기 조정으로 가는 것은 오히려 절차를 지연시킨다”고 주장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