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층간소음 위층에 전화-문자 되지만 초인종은 안된다”

입력 | 2013-04-15 03:00:00

아래층 주민 대상 접근금지 신청… 법원 ‘주거침입 금지’ 등 3가지 수용




층간소음을 호소하며 아래층 주민이 문을 두드리고 찾아오는 일이 잦자 위층 주민이 “평온한 생활을 방해하지 말라”며 낸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김재호)는 위층 주민의 요구사항 중 주거침입 금지와 현관문 두드리기 금지, 초인종 누르기 금지 등을 받아들였다고 14일 밝혔다. 층간소음으로 폭행 방화 살인까지 벌어지는 가운데 위층 주민이 이 같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아파트 14층에 사는 박모 씨(여)와 13층 전모 씨(여)는 층간소음 문제로 심하게 다퉈 왔다. 박 씨 주장에 따르면 박 씨 가족은 일상생활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수준 이상으로 소음을 낸 적이 없고, 소음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전 씨 가족은 “시끄럽다”며 박 씨 집에 들어오거나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아래층에서 천장을 두드리거나 주민들에게 허위 사실을 퍼뜨리기도 했다.

결국 박 씨는 “내 의사에 반해 접근하거나 면담을 강요하지 말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금지를 요구한 전 씨의 행위는 11가지. 박 씨는 전 씨 가족이 이를 한 번 위반할 때마다 100만 원씩 지급하라는 내용도 함께 신청했다.

전 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위층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골치가 아파 직접 찾아가 항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두 이웃은 법정에 나와서도 언성을 높이며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 조사를 하지 않는 가처분 신청 심리의 특성상 두 이웃 중 누구 주장이 맞는지는 법원도 판단하지 않았다. 즉 △아래층 주민이 예민한 건지 △위층 주민이 심하게 소음을 냈는지 △2005년 말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의 시공이 부실해 소음이 발생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본안 소송을 하기 전에 권리를 보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주거침입 금지 등 3가지를 인정했다.

하지만 나머지 신청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두 이웃이 우연히 마주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소음의 원인이나 정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 씨가 주의 환기차 박 씨에게 면담을 요구하거나 연락하는 것조차 못하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전 씨가 금지 사항을 위반할 위험성이 높지 않다”며 위반 시 1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요구도 기각했다.

법원 관계자는 “층간소음으로 싸우다 감정이 격화되면 폭행 등 형사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직접 대면을 피하게 하는 가처분 신청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