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로 수술 포기… “한국 도움 못잊어”
신장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남수단 출신 루디아 코잔 씨. 휠체어에 앉은 그의 뒤에는 4일 함께 입국한 두 남매와 강동성심병원 의료진, 아름다운공동체 관계자들이 함께 서 있다. 아름다운공동체 제공
12일 오전 서울 강동구 길동 강동성심병원에서 만난 코잔 씨는 환자복 차림으로 이 병원 특실에 머물고 있었다. 곁에는 여동생 알루시아 코잔 씨(38)와 남동생 디안 코잔 씨(24)가 함께 있었다.
코잔 씨는 2010년 10월 현지 병원에서 만성 신부전이라 신장 이식이 시급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남동생 디안 씨가 신장을 나눠주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포기해야 했다. 코잔 씨는 결혼도 하지 않고 허드렛일을 마다 않으며 부모님과 동생들, 조카를 합쳐 18명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왔다.
그러나 12일 강동성심병원의 정밀검사 결과를 전해 들은 코잔 씨는 낙담을 금치 못했다. 2008년 앓았던 풍토병 ‘황열’의 후유증인 간경화와 식도정맥류 증상이 뒤늦게 발견된 탓이다. 코잔 씨가 신장이식 수술을 받으면 수술 중 간경화로 인해 혈액응고 능력이 떨어져 출혈이 심하게 나타날 위험성이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었다.
병원 내 미사에 참석한 알루시아 씨는 기도를 하다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삼남매는 “지구 반대편까지 오게 된 데에는 신의 뜻이 있을 것이다”라며 마음을 추슬렀다.
코잔 씨는 “이 먼 곳에 이렇게 좋은 인연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주에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코잔 씨 삼남매는 의료진에게 일일이 감사의 악수를 건넸다. 아름다운공동체는 그가 귀국한 후 신장투석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간경화가 고쳐지지 않는 한 신장 이식 수술은 어렵다. 의료진은 “신장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면 언제 위급한 상황에 맞닥뜨릴지 알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