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경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침묵의 장기’로 알려진 간은 병에 걸려도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 검사를 통해 확인하지 않는다면 간 조직이 변해 굳어지는 간경화가 돼도 모른다. 야속하게도 합병증이 발생해야 진단하게 된다. 간경화 환자의 20∼40%가 간암으로 진행된다. 간경화 환자가 갑자기 체중이 감소하거나 간 부위의 통증이 심하고,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면 간암으로 생각할 수 있다.
흔히 간이식 수술은 스토리가 풍부한 ‘한 편의 드라마’라고 말한다. 훈훈한 미담이 많다. 군 복무 중인 아들이 부모님에게 간을 기증하거나 이웃사촌끼리 서로 간을 제공해 수술을 받기도 한다.
지금도 간이식 수술은 난도가 높은 수술로 손꼽힌다. 하지만 시간은 많이 단축됐다. 환자의 상태가 양호하면 생체간이식수술의 경우에도 대부분 6, 7시간 이내로 끝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족간 혈액형이 맞지 않는 경우엔 이식할 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뇌사자 간이식 수혜자로 선정되지 않으면 이식받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다. 최근엔 새로운 면역억제제 사용법과 혈장교환술 같은 시술을 통해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도 거뜬하게 간이식을 해낸다.
국내 간이식 수술 성공률은 90%에 육박한다. 미국처럼 간이식을 선도한 나라의 성공률(85%)보다도 높다. 수준이 세계 정상급이니 해외에서도 환자가 많이 찾아온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제 죽겠구나”라며 삶을 체념했다던 후배는 수술 후 일터로 복귀했다. 지금은 사회생활을 잘한다. 자신이 수술 받았던 날을 제2의 생일로 삼았다. 그는 “간이식이 없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직까지도 간이식을 두려워하는 환자에게 말하고 싶다. 간이식은 절대 두려운 수술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