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아시아시장 진출 확대 예상“한-러 PNG사업 北 리스크에 표류에너지사업 전략적으로 추진 필요”
○ 비상 걸린 러시아
1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2011년 러시아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6070억 m³로 미국(6513억 m³)에 이어 세계 2위였다. 줄곧 천연가스 생산량 1위를 지켜온 러시아가 미국에 밀리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미국은 2006년부터 셰일가스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5년 사이에 생산량을 24.3%나 늘렸지만 러시아의 생산량은 같은 기간 2.0% 증가에 그쳤다.
이는 단순히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 지위’를 뺏긴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러시아는 석유가스 부문에서 전체 재정수입의 절반을 벌어들일 만큼 에너지산업 의존도가 큰 나라다. 2011년에는 전체 제품 수출의 70%가 석유 및 가스 부문에서 나왔을 정도다.
“전통가스 시장은 셰일가스로 인한 영향이 없다”고 큰소리치던 러시아 정부도 최근 입장을 급선회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안드레이 클레파츠 경제개발부 차관이 셰일가스의 영향이 있음을 처음 인정했고 10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에너지부에 ‘2030 가스부문 발전 마스터플랜’ 및 ‘동부 가스 프로그램’ 수정을 지시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셰일가스로 인해 ‘중동→북미’의 에너지 흐름이 약화되는 대신에 ‘중동→아시아’ ‘러시아→아시아’의 에너지 연계성이 강화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현재 천연가스는 물론이고 새로운 석유 유전을 개발해 한국 등 극동지역에 수출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한국엔 기회이자 위기
가스프롬은 2월 블라디보스토크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투자를 최종 확정했다. 국내에서 당초 우려했던 것처럼 일본이나 중국 등의 외국 파트너와는 협력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일단 극동지역의 경쟁자가 한 발 앞서 가는 것은 무산됐지만 한국도 러시아와 에너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또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던 한-러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가스관 사업은 현재 북한 리스크의 덫에 걸려 표류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달석 에너지정책연구본부장은 “에너지 교역 구도의 변화에 잘 대응해야 국가 에너지안보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가스관 사업도 성공하면 좋겠지만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다양한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