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사실상 계열분리 명령… 위헌 소지”
○ 정부 대기업 규제 ‘무소불위의 칼’ 쥐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정치권과 정부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법안은 ‘공정거래법’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다. 둘 다 금산(金産)분리 강화와 대기업집단 총수들의 사익(私益) 편취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지금까지는 총수가 일감 몰아주기에 관여했는지 공정위가 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총수의 관련성을 입증할 책임이 기업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
특히 이 같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현재 여야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결합하면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막강한 권한으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 금융지주사와 은행, 저축은행에만 시행하던 대주주 자격유지 심사를 대기업 금융계열사로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통과되면 일감 몰아주기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그룹 총수는 금융계열사 대주주 자격을 잃어 해당 보험 증권 카드사를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 보험계열사 대주주는 수십 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금융회사만 갖고 있는 은행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특히 일감 몰아주기 처벌이 강화되면 대기업 상당수가 금융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그룹 해체해야 할 판”
대기업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모두 현실화될 경우 경영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삼성 등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통해 총수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그룹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처벌을 받게 되면 지배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는 순환출자 구조 해체로도 연결될 수 있다. 삼성과 롯데, 한화, 동부 등은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계열사를 매각하면 전체 출자구조를 해체해야 할 수 있다.
한 그룹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동시다발적으로 제출되면서 총수 처벌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총수가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는 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이를 빌미로 금융계열사 매각을 명령할 수 있게 한다면 사실상 그룹을 해체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병기·김용석 기자, 세종=유성열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