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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유감” 뒤 침묵… ‘北 진정성 갖고 답하라’ 무언의 압박

입력 | 2013-04-16 03:00:00

■ 어제 靑회의서 北언급 한마디도 없어




청와대는 15일 북한 문제와 관련해 브리핑을 일절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2시간 가까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지만 북한과 관련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정부조직 개편 지연으로 뒤늦게 정식 임명된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도 이날 처음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했지만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인사말만 했다. ‘안보 컨트롤타워’인 김 실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하루 전인 2월 24일 이후 51일째 귀가하지 않은 채 청와대 인근에서 숙식을 하며 24시간 비상대기 중이다. 박 대통령의 침묵은 전날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청와대는 전날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북한이 거부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례적으로 늦은 저녁 강한 유감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발표는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했지만 박 대통령의 뜻임을 분명히 했다. 공식적인 대화 제의도, 북한의 대화 거부에 대한 유감 표명도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선 셈이다.

박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 혼선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힌 데는 여러 포석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북한에 자신의 진정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 수석은 전날 “박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을 만나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서도 같은 뜻을 전했다”며 “대화 제의는 대통령의 뜻이 담긴 무게 있는 제의”라고 강조했다. 북한을 떠보기 위한 것이나 국면 전환용 카드가 아니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으니 북한도 격에 맞춰 성의 있게 답변하라는 요구도 담겨 있다. 북한은 전날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을 내세워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대화 제의는 아무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폄훼했다. 주 수석은 “우리는 통일부 장관이 (공식 대화 제의를) 했는데 저쪽은 조평통 대변인이 무성의하게 반응했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개성공단의 정상화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전날 정부 성명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보건복지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개성공단은) 협약에 의해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북한이 이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중소기업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대화 제의를 공식화하면서도 북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은 “대화는 유화책이 아니다”는 평소 신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화는 신뢰를 쌓는 과정이지 대화 자체로 경제적 지원 등 ‘당근’이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날 ‘청와대의 침묵’에는 현 상황에 대한 답답함도 묻어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추가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기는 힘들다”며 “무엇인가 진전이 있으려면 최소한 북한이 개성공단 내 식자재 반입을 허용하는 정도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와 국민행복을 위한 기원 대법회’에 참석해 “불교 경전에 ‘원한을 품고 누군가를 해하려는 것은 달궈진 석탄 덩어리를 집어 드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우리와 세계를 향해 도발하는 것 역시 우리 모두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우리 정부는 지원과 협력을 통해 공동 발전의 길로 함께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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