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회사들 은폐 급급… 시민들은 불안에 덜덜삼성정밀, 염소가스 누출 축소발표
최근 울산석유화학공단에서 유독가스 누출사고가 잦아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관련 회사들은 사고를 은폐하기 일쑤다. 시민들의 신고로 적발된 뒤 마지못해 사과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1994년 준공된 울산 남구 여천동 삼성정밀화학 전해(電解)공장은 소금과 물을 섞어 전기를 가해 하루 염소가스 245t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14일 염소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염소는 공기 중에 0.003∼0.006%만 존재해도 호흡기 점막이 상한다. 장시간 노출되면 호흡곤란 증세가 발생하는 위험물질.
염소가스 누출 시간은 14일 오전 9시 46분경. 사고 수습 과정에서 이 회사 소속 근로자 2명이 염소가스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회사 측은 즉시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지 49분이 지난 오전 10시 35분경 삼성정밀화학과 인접한 N사 협력업체 직원 4명이 메스꺼움을 참다못해 울산시와 소방본부 당직실에 신고했다.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55분경. 사고는 진공 흡입배관에 남아 있던 염소가스가 대기 중으로 모두 배출된 오전 11시경 수습됐다. 배출된 염소가스는 4.6kg.
이 회사는 정기보수 중이던 지난달 6일에도 암모니아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 ‘아민’을 누출시켰다. 당시에도 자진신고는 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15일 삼성정밀화학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시설진단명령을 지시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회사 측의 관련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이희원 경영지원실장(전무)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관리를 하고 사고 관련자에 대해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의 499개 기업체가 연간 사용하는 유독 화학물질(염소 불소 암모니아 등 138종)은 3445만2000t으로 전국 사용량의 33.6%다. 또 유류를 비롯한 액체 위험물은 6185개 탱크에 2116만5469kL가 저장돼 있다. 이는 전국 저장량의 35%. 울산석유화학공단은 1970년대 조성됐다. 이 때문에 시설이 낡아 한달 평균 3, 4건의 화재, 폭발,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