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R&D 대폭지원…창조경제 허리 키우겠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동아일보 및 채널A와의 대담에서 산업·통상·에너지 정책에 대한 밑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56)은 특히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R&D 지원을 늘려 한국 경제의 허리를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의 자산’인 연구 인력을 양성해 경제 체력을 탄탄하게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12일 윤 장관을 만나 산업 및 통상,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구상과 계획을 들어봤다. 채널A는 16일 오전 7시부터 30분간 ‘박근혜 정부의 청사진-신임 장관에게 듣는다’ 코너에서 윤 장관과의 대담을 방영한다. 대담은 천광암 동아일보 경제부장이 진행했다.
“한국 경제에는 ‘허리’가 없다. 독일 강소기업인 미텔슈탄트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다. 차별화한 기술력으로 틈새시장을 뚫는 기업을 키워 해외로 내보내야 한다.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수출액이 1억 달러 이상인 글로벌 전문기업을 2011년 113개에서 2017년까지 300개로 늘리겠다.”
―5년간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뜻인데….
“기업이 성장하려면 R&D 역량이 뛰어나야 하고, 인재가 기업에 모여야 한다. 현재 30%인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R&D 비율을 50%로 끌어올려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R&D 정책을 펴겠다. 그동안 대기업이나 연구기관 위주로 R&D를 지원했다. 또 연구 인력은 현장에서 R&D를 많이 해봐야 역량이 쌓인다. 현재 R&D 예산 중 인건비 비율이 낮은데, 이를 40% 이상으로 올리겠다.”
―R&D 세액 공제도 중소·중견기업에 혜택이 많이 돌아가나.
―고도 성장기에는 대기업들이 큰 역할을 했다. 최근 정부부처들이 앞다퉈 대기업 때리기에 나설 경우 부작용도 예상되는데….
“대기업이 그동안 잘했다. 정부는 산업 생태계에서 약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정책 역량을 중견·중소기업에 집중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겠다. 대기업이 정부에서 받은 지원을 되돌려주는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과 동반 성장에 신경 써야 한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경제민주화라는 화두가 나오기 전부터 그렇게 했어야 했다.”
―중소기업인들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일감 몰아주기 등에 불만이 많다.
“산업부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상반기(1∼6월)에 대기업의 불합리한 거래 관행을 조사해 알리겠다. 처벌이 아닌 개선이 목적이다. 특정 기업을 망신 줄 필요는 없지 않나.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제값을 주는지 등을 살피겠다. 정부의 금융지원은 결국 빚이다. 반면 제값 주기는 경제의 선순환에 도움이 된다.”
“올여름 바짝 긴장해야 한다. 아니, 올여름까지도 아니고 5월부터 날씨가 언제 더워질지 모르니 계속 긴장해야 한다. 가동할 수 있는 발전소를 최대한 확보하겠지만 예기치 못한 전력 수요가 있을 수 있다. 정부는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올겨울 신규 원전이 가동되면 사정이 나아지겠지만 경남 밀양의 송전탑을 둘러싼 현지 주민들과의 보상 문제가 관건이다.”
―밀양 송전탑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신고리 3·4호기의 가동이 어렵지 않나.
“그렇다. 주민 요구대로 고압(765kV) 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는 기술적으로 힘들다. 관련 기술이 개발되면 밀양에 우선 적용하겠지만 시일이 걸린다. 4월 이후에도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지 않으면 올겨울 전력 수급이 어려울 수 있다.”
―주민들은 피해 최소화 방안이나 실질적인 보상을 원할 것 같다.
“주민 의견을 충분히 담은 보상 대책을 언제든 마련할 수 있다. 보상과 관련해 전향적인 의견을 담은 관련법도 제정하고 있다.”
―한전의 적자 문제가 심각하다.
“연료비에 따라 전기료를 연동해야 한다. 수도권에 전력 소모가 많은 설비가 들어오는 걸 재고(再考)해야 할 때다. 전력 과다 소모 업종은 발전소 근처에 입지해 비용 부담을 줄여야 한다. (밀양 송전탑 문제처럼) 송전탑 하나 건설하는 게 이렇게 어렵지 않나.”
―전력 누진제의 개편 방안은….
“누진제를 조정할 방침이지만 방식은 고민이다. 누진제 구간을 줄이면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진다. 또 전력을 많이 쓰는 사람이 혜택을 보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누진제 구간을 조정해도 저소득층 부담이 늘지 않게 하겠다.”
―개편안의 시행 시기는….
“질질 끌 수는 없고,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하겠다.”
―통상 기능이 15년 만에 산업부로 이관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유럽연합(EU) FTA로 한국이 ‘FTA 허브’가 됐다. FTA는 할 만큼 했다. 통상에 FTA만 있는 게 아니다. 최근 산업 협력과 기술 이전이 중요해졌다. 통상이 산업부로 넘어온 것도 산업과 통상 간에 시너지를 내라는 뜻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젊은이들을 위한 해외 일자리 창출 부문에서 성과를 내겠다.”
―한국은 통상으로 먹고산다. 통상에 대한 큰 구상을 밝혀 달라.
“그동안 ‘FTA 허브’ 전략을 썼지만 최근 지역 경제 통합이 논의되고 있다. 여기엔 경제적 동기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적 동기도 깔려 있다. 이를 전략적으로 감안해 FTA와 지역 경제 통합을 검토하려고 한다.”
―산업부 산하 공기업 사장들의 인사는….
“임기가 도래한 분들도 있으니 곧 바뀔 것이다.”
―다음 달 고용 투자 활성화 대책에 담을 내용은….
“무역 투자 진흥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또 증손회사의 의결권 등 30대 그룹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건의사항 중 해결할 것은 속도감 있게 해결하겠다.”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