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여성 3명이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천장에 20시간 넘게 숨어서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한 영화 같은 일이 발생했다. 밀입국이 이뤄지는 동안 항공사와 공항 당국은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해 항공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대 2명과 30대 1명 등 중국 국적의 여성 3명이 아시아나항공 B747-400 항공기에 잠입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다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로스앤젤레스(LA) 공항에서 적발됐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이들은 28일 인천∼홍콩 구간 탑승권으로 아시아나항공에 탑승했다. 이들은 홍콩 도착 직전 비행기 천장에 있는 승무원 휴게실로 몰래 들어가 휴게실 구석에 있는 한 평 남짓한 배전함에 숨었으며 홍콩에서 내리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들이 정확히 언제 승무원 휴게실로 들어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비행기는 일본 도쿄의 나리타공항을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다시 왔다가 LA로 향했다. 3개 공항에서 청소를 하는 동안 항공사 보안요원들이 기내를 점검했지만 이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홍콩∼도쿄∼인천∼LA는 비행시간이 18시간 정도 되고, 3개 공항에서 각각 1시간 반씩 총 5시간 정도 머물렀기 때문에 이들이 숨어 있었던 시간은 20시간이 넘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적항공사에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승무원 휴게실에 대한 보안점검을 강화하고 출입문을 꼭 잠그도록 의무화했다”고 말했다.
세종=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