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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단도직입적인 싸이 ‘속편 징크스’ 털어낼까

입력 | 2013-04-16 03:00:00

2013년 4월 15일 월요일 흐림. 미션 임파서블2 #54 Goo Goo Dolls ‘Iris’(1998년)




‘열심히 하다 보니 성공하는’ 것도 힘들다. 그래도 뭐, 그럴 수 있다. 대개의 동화, 전설, 민담, 자서전, 자랑은 열심히 하다 보니 성공한 이야기를 뼈대로 한다. 근데 ‘반드시 성공해야 해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좀 다르다. 예측이 힘든 대중의 취향을 꿰뚫어 또 한 번 크게 히트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특히 엄청날 거다. 역사는 속편의 성공을 질투해왔다. 소포모어 징크스(속편 징크스)란 말도 있지 않나.

P가 신곡에 임한 심정은 어땠을까. 전작으로 일군 세계적인 붐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 ‘미션 임파서블2’ 때의 우위썬(吳宇森) 감독과 비슷했을 거다. ‘창작자의 벽(writer's block)’이란 무시무시했을 거다. 정작 P는 “나는 한국 가수다” “실패해도 좋다”를 강조했지만 신곡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의 이런 감동적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할지 나는 잘 모르겠다. 지겹도록 봤던 춤, 말도 안 되는 가사, 전작을 잇는 클럽 음악, 초등학교 때 숱하게 해보고 지겨워서 접은 장난들…. 화면과 스피커를 가득 채운 건 한국인에게라면 식상할 수 있는 콘텐츠다. P의 신곡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고, 매우 훌륭한 점은 그걸 알면서 강행한 과단성이다.

실험성 음악성으로 우회할 수 있었다. P는 단도직입했다. ‘90분 동안 관객을 다섯 번 웃기고 두 번 울리는 500만 동원 로맨틱코미디 영화를 만들라’는 미션을 성공시킨 감독의 역량과 비교해볼까. 그런 코미디는 예술영화 만들기보다 힘들다. 난 정말 P를 존경한다.

미국 록밴드 구구돌스의 리더 존 레즈닉도 1997년 창작자의 벽에 막혔다. 10년간 몸담은 밴드를 떠날까 생각할 정도로. 그때 영화 ‘시티 오브 엔젤’ 삽입곡 의뢰가 들어왔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지은 곡이 ‘아이리스’였다. 노래는 별 마케팅 없이 입소문을 탔다. 빌보드 에어플레이 차트 18주 연속 1위. 신기록이었다. 그 노래의 후렴구는 ‘젖게 해줄게’라는 예고도 없이 내 가슴을 젖게 했다.

‘세상이 날 보지 않았으면 해/날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모든 게 깨져버린다고 해도/족해. 내가 누군지 네가 알아준다면.’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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