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선 기자의 영화와 영원히]
이 영화에 대해 평단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기자의 평가는 ‘별로’다. 영화는 고교 시절 주먹 좀 쓰는 친구였던 임덕규(황정민), 이상훈(유준상), 신재석(윤제문), 손진호(정웅인)가 40대가 돼 리얼리티 격투기 프로그램인 ‘전설의 주먹’을 통해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다.
영화에는 강 감독이 강조한 ‘재미’의 요소들이 고루 담겼다. 화끈한 격투기 액션 장면이 쉼 없이 펼쳐진다. 재벌 회장이 된 진호가 임원들을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맷값을 지불하는 장면은 신문 사회면에서 봤던 사건을 풍자한 맛이 있다. 자신이 국정원 요원이라고 주장하는 서강국(성지루)의 출연도 웃음을 자아낸다.
나이를 먹어서도 거대한 체제는 개인을 짓누른다. 상훈은 진호 회사에서 홍보부장으로 일하며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은 다시 돈 때문에 전설의 주먹이란 폭력의 장으로 뛰어들지만 모든 걸 거부하고 자기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전설의 주먹’은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연출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이지만 결정적 한 방이 없다. ‘공공의 적’의 재밌는 캐릭터, ‘실미도’의 카타르시스가 없다. 시네마서비스 제공
강 감독의 ‘주먹’이 예전보다 약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강 감독은 과거 ‘이슈 파이터’였다. 그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을 많이 다뤘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년)에는 우리 교육의 성적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투캅스’(1993년)는 경찰 비리를 신랄하게 풍자했고, ‘실미도’(2003년)는 숨기고 싶은 과거였던 북파 공작단 문제를 이슈화했다. 여기에 강 감독 특유의 유머가 곁들여져 대중적인 폭발력을 가진 영화들이 탄생했다.
하지만 강 감독도 이제 50대가 되면서 젊은 관객과 소통하는 감각이 조금 무뎌진 것일까. 옛날처럼, ‘공공의 적’의 강철중처럼 거대 이슈에 저돌적으로 부딪쳐 보면 어떨까 싶다.
CJ E&M, 롯데시네마, 쇼박스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영화계에서 그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그래서 많은 영화인들은 그가 다시 예전의 영향력을 회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