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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예술로 태어나기까지…

입력 | 2013-04-16 03:00:00

獨 출판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전




대림미술관 전시실에서 포즈를 취한 독일 출판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대림미술관 제공

“어린 시절 집엔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수공업에 종사한 부모님은 경제적 여유가 없었고 지식인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40여 년간 최고의 예술가들과 함께 일하며 예술적 안목을 키웠다.”

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의 출판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63)의 말이다. 독일 괴팅겐에 있는 예술서적 전문 출판사 슈타이들의 출판인인 그는 17세에 독학으로 인쇄기술을 습득했고 1972년부터 문학, 사진, 예술 서적을 출간해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를 라거펠트, 다큐멘터리 사진의 선구자 로버트 프랭크 같은 예술계 인사들이 그와 협업해 책을 냈다. 샤넬, 펜디 같은 고가 브랜드와 구겐하임미술관도 그에게 인쇄물 제작을 맡긴다.

그런 슈타이들이 예술작품 같은 책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렸다. 10월 6일까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하우 투 메이크 어 북 위드 슈타이들(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전’. 전시 참석차 방한한 슈타이들은 “이 전시는 잘 쓰인 요리책과 같다. 훌륭한 책을 만들기 위한 재료와 조리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거펠트와 함께 만든 책들과 샤넬의 카탈로그, 귄터 그라스의 책 표지를 디자인한 과정, 미국의 팝아트 작가 에드 루샤가 한정판으로 제작한 잭 케루악의 소설 ‘길 위에서’가 전시된다. 슈타이들과 15년 넘게 함께 작업해왔다는 미국의 팝아트 작가 짐 다인이 제작한 책 52권도 선보인다. 다인은 괴팅겐에서 월요일 아침마다 슈타이들과 함께 책을 기획하고 그림 사진 시를 창작해 매주 한 권씩, 1년간 총 52권의 책을 제작했다. 2000∼5000원. 02-720-0667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