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불로동 태백산 불로점
빠른 템포의 흥겨운 트로트 곡이 몇 곡 이어졌다. 무표정한 얼굴로 휠체어에 앉아있던 백발의 어르신들이 차츰 들썩이기 시작했다. 인천의 어느 어르신 요양원 강당, 생신을 맞이한 원생 어르신들의 축하 잔치가 벌어졌다. 빨간 반짝이 옷을 입고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이는 인천 불로동의 고깃집 의 주인장인 이종왕 대표였다.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어르신들의 스타 ‘반짝이’
“와! 반짝이다. 반짝이가 왔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반짝이는 ‘삼각관계’로 스타트를 끊었다. ‘강원도 아리랑’을 거쳐 ‘밀양 아리랑’을 지나 ‘나를 두고 아리랑’에 이르자 이씨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심한 감기로 적량을 초과해 복용한 약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조금 전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다. 곡조에 맞춰 격렬하다 싶을 정도의 춤도 함께 췄다. 반짝거리는 빨간색 무대의상이 그의 현란한 율동과 함께 유난히 빛났다. 서먹서먹했던 장내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중학생 시절부터 가수의 꿈을 키워온 이씨는 여러 차례 가수의 문을 노크했지만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한 번도 그 꿈을 포기한 적은 없다. 그가 가수(?)로서 받은 가장 큰 상은 한국방송 ‘전국노래자랑’의 인기상이다. 비록 직업가수의 길은 아니지만 자신이 서야 할 무대가 있다면 그곳에서 행복하게 노래하는 사람이 진정한 가수가 아닐까?
작년에 동네 주민자치위원이 된 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음을 알았다. 이씨는 망설이지 않았다. 장롱 속에 오래 보관했던 반짝이 옷을 다시 꺼내 입었다. 요즘 그는 인천의 노인 전문 요양원 두 곳을 비롯해 모두 세 군데의 무대에 선다. 많게는 매주 또는 매월 2회씩 방문해 노래를 부른다.
평상복으로 갈아입자마자 이씨는 서둘러 차를 타고 자신의 점포로 향했다. 무대에서는 최고의 가수지만 그의 본업은 고깃집 사장님이다. 인천 불로동의 불로점이 그의 일터다.
스무 살 무렵 이씨는 가수 지망생이었던 친구와 함께 서울 잠실에서 포장마차로 외식업계에 입문했다. 워낙 음식 솜씨가 좋았던 터라 해삼 멍게 등을 안주 삼아 장사를 했다. 하루 3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당시로서는 쏠쏠한 장사였다. 그런데 어느 날 신선도가 떨어진 멍게를 다시 손질해서 단골손님에게 팔았다. 한참 망설였지만 버리기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매일 오던 그 손님은 다음 날부터 발길을 뚝 끊었다. 이때 그는 큰 충격과 깨달음을 얻었다. ‘잔머리를 굴려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불로점은 기존의 돼지갈비를 고급화시킨 수제한돈갈비(250g 1만3000원)가 간판 메뉴다. 김포 도축장에서 구매한 신선 한돈 원육에 한우사골 등 천연재료를 넣고 수제로 만들어 진한 돼지갈비 맛을 잘 살렸다. 갈비와 함께 내오는 오징어무침, 콩나물무침, 모둠피클, 샐러드, 묵사발도 주부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고기 손님에게는 그날그날 들여온 싱싱한 쇠간과 천엽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토요일은 소를 잡지 않아 천엽만 가능) 고기 먹고 난 뒤의 입가심용으로 개운한 선지해장국까지 나온다.
불로점 이 대표는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고깃집 경영자이지만 ‘반짝이’를 기억해주고 기다리는 눈빛들을 외면할 수 없다고 한다. 5월부터는 추가로 관내 노인정 20곳까지 정기적으로 방문해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매월 1백만 원어치에 해당하는 불고기와 소주도 방문할 때마다 대접할 계획이다. 인천 서부지역 어르신들에게 가수 ‘반짝이’ 이종왕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왕이다.
주소 : 인천시 서구 불로동 319-10 전화 : 032-563-7003
글 : 월간외식경영 이정훈 기자
<본 자료는 해당기관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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