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가 전부가 아니다” 음료 업체, ‘탈커피’ 선언
봄에는 커피 대신 상큼한 음료를 마셔보자. 봄을 맞아 식음료 담당 기자들이 새롭게 나온 음료 다섯 제품을 모아 놓고 시음회를 가졌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그럼 전 카페라테로.”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의 한 커피숍. 연인들부터 소개팅으로 첫 만남을 가지는 선남선녀, 일 얘기를 하는 직장 동료….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하지만 이들이 시키는 음료는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뿐. 변화를 줘봤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혹은 ‘캐러멜 라테’ 정도다. 사람은 다양하지만 차는 딱 두 종류인 불편한 현실.
던킨도너츠 ‘라임 모히토’
▽김현진(이하 김)=녹색 음료란 점에서 일단 시각적으로 끌린다. 에메랄드그린 등 녹색은 올해 상반기 유행하는 색이기도 하다. 톡 쏘는 사이다 탄산 때문에 다른 음료에 비해 청량감이 높다. 5월 말이나 6월 초여름에 어울릴 음료다.
▽김범석(이하 범)=투명한 색에서 녹색으로 점차 변하는 ‘그러데이션’ 효과부터 눈에 들어온다. 탄산이 톡톡 터지는 모습까지 더해 5가지 음료 중 가장 먹음직스럽다. 라임과 사이다가 합쳐졌다는 점에서 새로운 맛을 기대했지만 사이다 맛이 강해 라임 맛이 묻히는 느낌이다. 가격도 부담스럽다.
망고식스 ‘망고&딸기 주스’
▽김=딸기의 빨간색과 망고의 노란색이 알록달록해 가장 봄 음료답다. 음료 윗부분에선 딸기의 새콤함이, 아랫부분에선 부드러운 망고 맛이 난다. 마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같은 느낌이랄까.
▽염(이하 염)=망고 음료를 먹을 때 ‘걸쭉한’ 느낌이 부담스러웠는데 딸기의 상쾌한 맛과 합쳐지니 새로운 느낌이 난다. 생과일을 갈아 만들어 씹히는 맛도 난다. 처음엔 층을 이루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계가 허물어지며 서로 섞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장=물리적인 결합은 있지만 화학적인 결합이 없어 그냥 딸기 음료와 망고 음료를 각각 마시는 느낌이다. 하지만 생과일을 갈아 넣어 씹히는 맛을 강조한 점은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꼽힐 것이다.
▽김=많이 달지 않아서 좋다. 발아 현미와 얼음 알갱이의 부드러운 느낌에 동글동글한 뻥튀기의 바삭한 맛을 가미해 지루함을 없앴다. 다른 음료와 달리 마시고 난 후 ‘든든함’을 느낄 수 있어 아침 대용으로 마실 수 있다. 입맛 없을 때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로 봄보다 무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음료 같다.
▽범=최근에 미숫가루나 곡물을 주제로 한 음료가 많이 나와서 그런지 첫인상은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한 모금 마시고 나니 쭉쭉 들이키게 된다. 달지 않고 부드러워 남녀노소 누구에게도 어울릴 음료다.
▽염=시중에 나온 미숫가루 음료보다 달지 않고 고소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초여름 지친 수험생이나 직장인에게 ‘영양 간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장=음료 윗부분에 있는 뻥튀기가 ‘감초’ 역할을 한다. 하지만 씹는 맛을 주는 건 좋으나 다소 딱딱해 부드러운 느낌의 음료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준다.
스타벅스코리아 ‘바나나 프라푸치노’
▽김=바나나 맛 속에 망고의 새콤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 전체적으로 가볍지 않고 배부르게 하는 ‘묵직한’ 느낌을 준다. 아침 식사 대용으로 바나나를 먹는 젊은 여성들이 좋아할 메뉴다.
▽범=바나나에 망고 맛, ‘오도독’한 얼음 씹하는 느낌까지 하나로 합쳐졌다. 사람에 비유하면 톡톡 튀는 신세대 여성과 같은 느낌이다. 다만 밥 한 끼 값에 육박하는 가격(5900원)이 부담일 뿐이다.
▽염=바나나의 달달한 맛으로 시작해 상큼한 망고 맛으로 끝난다.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음료 같다. 레포츠를 즐기는 활발한 20대 여성에게 어울릴 음료다.
할리스커피 ‘머스캣 젤리 아이스티’
▽범=그냥 홍차가 아니라 ‘청포도맛 젤리를 넣은 홍차’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맛도 홍차의 텁텁함과 젤리의 달달함이 어우러져 개성 있다. 하지만 젤리의 무게가 있어 자꾸만 바닥에 깔린다. 음료와 젤리를 함께 마시기 쉽지 않다.
▽염=기존 홍차 음료가 맑고 상큼하다면 이 제품은 진한 맛이 난다. 홍차 본연의 맛이나 느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제품이다. 오히려 청포도 젤리를 넣지 않았다면 ‘콘셉트’가 명확했을 것 같다.
▽장=달지 않은 홍차 본연의 맛에 ‘씹는 재미’를 더했다. 하지만 시원하고 달달한 기존 아이스티에 익숙한 사람들이 생소해할 수도 있다.
기자들이 뽑은 음료와 한줄 평
▽김=‘발아 현미 크러시’와 ‘망고&딸기 주스’ (봄에는 건강함과 상큼함이 최고)
▽범=‘라임 모히토’와 ‘바나나 프라푸치노’ (맛과 색 모두 봄을 닮은 음료)
▽염=‘바나나 프라푸치노’와 ‘발아 현미 크러시’ (도시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든든함)
▽장=‘머스캣 젤리 아이스티’와 ‘망고&딸기 주스’ (마시고 씹고…. 이젠 음료도 ‘펀(Fun)’)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