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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봄 내음… 사람 내음… 5일장서 추억을 사세요

입력 | 2013-04-17 03:00:00

정선… 아리랑에 취하고 인심에 취하고
양양… 난장-들썩 등 매달 색다른 테마
동송… 철원 백마고지 역 개통으로 활기




얼쑤! 정선 5일장이 12일 개장해 12월까지 운영된다. 개장 첫날 열린 번영기원제에서는 다양한 공연과 함께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연출됐다. 정선군 제공

왁자지껄. 시장 안이 소란스럽다. ‘나물 사세요’를 외치는 시골 할머니의 힘찬 목소리와 시골 장터 물건이 신기한 듯 ‘저것 봐’를 연발하는 도시 아줌마, 값을 놓고 흥정을 벌이는 정겨운 모습이 여기저기서 펼쳐진다. 한쪽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는 시장풍물단의 길놀이 공연이 한창이다.

12일 올해의 첫 장(場)이 열린 강원 정선 5일장 풍경이다. 5일장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추억과 낭만을 파는 장소가 됐다. 공연이 어우러진 문화예술의 공간이자 외지인을 끌어들이는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 장터 구경하다 ‘아리랑’ 가락에 어깨 들썩

정선 5일장은 ‘국민 5일장’으로 불릴 만하다. 지난해 35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 관광의 별’ 쇼핑 부문 1위에 선정됐다. 정선 5일장은 정선읍 정선아리랑시장에서 12월까지 열린다. 2, 7일 장이지만 주말장도 연다. 점포 상가 152개와 노점 125개에는 지역 특산물이 ‘없는 게 없을 만큼’ 다양하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신선한 봄나물. 좌판에 깔린 냉이 달래 등 나물은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해 주부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메밀전병과 빈대떡에 막걸리 한 사발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고 정선 특산품인 곤드레밥과 콧등치기 국수를 파는 가게는 관광객이 북적인다.

작은 무대가 마련된 장터마당에서는 정선아리랑 공연이 열린다. 장날에 맞춰 오전 11시 반과 오후 1시 두 차례 30분씩 정선아리랑이 울려 퍼지면 장터 손님들은 쇼핑을 멈추고 흥겹고도 애절한 가락에 흠뻑 빠져든다. 개장 첫날 공연장에서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어깨춤을 추며 한데 어우러지는 광경이 연출됐다. 정선 5일장을 처음 방문했다는 김정숙 씨(52·서울)는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볼거리가 많고 재미있었다”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던 정취를 만끽했다”고 말했다. 전상현 정선군 유통소비담당은 “올해는 지난해 관광객 수를 뛰어넘어 약 40만 명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양양 5일장에선 축산물 최고 38% 할인

4일 막이 오른 양양 5일장도 4일과 9일이면 문화예술공연이 어우러진 흥겨운 무대로 변한다. 양양군이 올해 준비한 공연은 총 37차례. 대중가요를 비롯해 아카펠라, 마임, 타악, 개그 등 다양한 장르가 펼쳐진다. 특히 4월 난장, 5월 가족, 6월 흥(興), 7월 들썩, 8월 휴가, 9월 한마당, 10월 낭만 등으로 월별 테마를 정해 운영한다.

양양 5일장에서는 10월까지 한우와 돼지고기를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 양양군과 속초양양축협이 지역 축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할인 판매 행사를 마련한 것. 4, 14, 24일에는 돼지고기를 부위에 따라 24∼31% 싸게 팔고, 9, 19, 29일에는 쇠고기를 최고 38% 할인 판매한다.

철원 동송 5일장은 지난해 11월 경원선 백마고지역 개통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철원군이 백마고지역에서 5일장 등을 경유하는 시티투어 셔틀버스를 운행하면서 5, 10일장으로 열리는 장날에는 실향민 등 수도권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원주시 흥업면 회촌마을에서도 4∼11월 매주 토요일 장이 선다. 이 마을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생전에 기거하던 토지문화관이 있고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8호인 매지농악의 본고장이다. 이 장은 회촌마을에서 농가 맛집을 운영 중인 토요영농조합법인을 비롯해 24개 지역 중소 상인과 예술인 및 체험마을이 참여해 만들었다. 전통떡과 한지공예품, 핸드드립커피, 전통주, 블루베리, 도자기, 청국장 등 지역에서 생산된 특산품 판매를 비롯해 천연염색, 압화, 도예, 흙놀이, 전통주 만들기 등의 체험이 진행된다.

최혁 토요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농촌 장날이 대형 마트 등에 상권을 빼앗기고 있어 토요장날을 열게 됐다”며 “체험 공연 먹을거리 문화와 장날이 융합된 즐거운 장터로 특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