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학정동에 문을 연 대구어린이병원 관계자는 16일 어려운 의료 현실을 이렇게 전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장 중첩은 장의 일부분이 말려 들어가는 현상.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꼬인 창자에 피가 통하지 않아 썩기 때문에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병원에는 소아 전문 의사나 간호사가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 이름뿐인 어린이병원
복지부는 2007년 강원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3곳을 어린이병원 설립 기관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16일 본보 취재 결과 이 병원들은 건물만 지어졌을 뿐 인력 부족 등으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병원이 운영하는 대구어린이병원은 1층 소아청소년과 외래(진료)센터만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300여억 원을 들여 건물을 완공했지만 2∼4층은 텅 비어 있다. 병상 120여 개를 비롯해 소아중환자실, 신생아 집중치료실, 재활치료실 등 핵심 시설은 장비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내·외과, 정형외과 등 20여 개 소아전문 진료과는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하루 평균 환자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동네 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9월에 정식 개원할 예정인데 의사, 간호사 등 필요한 인력 100여 명 가운데 50%만 배치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시설은 단계적으로 문을 열어야 할 상황이다.
전북대병원이 전북 전주시 금암동에 건립한 어린이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달 말 개원할 예정이었지만 인력과 장비를 갖추지 못해 다음 달로 연기됐다. 일단 외래센터를 시작한 뒤 병상 100여 개와 5개 진료과는 추후 설치할 계획. 이 때문에 455억 원을 들인 병원 시설은 한동안 제 역할을 못할 소지가 크다.
○ “적자 뻔한데…” 정부 눈치만 보는 대학병원
이 국립대병원들은 이미 정부의 지원을 받은 상태여서 추가 예산을 요청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가 건물만 지어주고 운영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어린이병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건립비 외에 추가로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은 다른 보건사업과 형평성이 맞지 않아 어렵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공의료지원법이 2월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어린이병원을 전문치료시설로 지정해 자립하도록 돕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전주=김광오·춘천=이인모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