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대우 중앙대 약학대 교수 세포분자병리학
AI라고 하면 2003년 동남아에서 처음 사망자를 낸 ‘H5N1형’이 전형이다. 이 AI는 치사율이 60%에 달해 세계 각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이 AI의 대유행에 대비해 백신을 개발하고 비축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새로운 형태의 ‘H7N9형’이 발생해 인류는 백신 없이 신종 AI와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의 대유행은 인명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에도 상당한 손실을 입힌다. 1918∼1919년 스페인독감(H1N1형)은 약 4000만 명, 1957∼1958년 아시아독감(H2N2형)은 약 150만 명, 1968∼1969년 홍콩독감(H3N2형)은 약 75만 명, 그리고 2009∼2010년 소위 신종 플루(H1N1형)는 약 3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은행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0년 신종 플루로 인한 글로벌 경제 손실은 국내총생산(GDP)의 2%인 8320억 달러(약 940조 원), 우리나라에서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저평가된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GDP의 0.14% 수준인 약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새 정부가 국가 안보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신종 AI를 대비해 국민 안전을 챙기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우선 백신 개발에 대한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대유행이 오면 우왕좌왕하다가도 그것이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의 대응은 이제 곤란하다.
둘째, 정부는 부처 간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검역, 방역, 방제와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 안전행정부 농림축산식품부가, 백신의 개발 생산과 관련해서는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 대유행 백신인 경우는, 상황에 따라 생산 직후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도 있으므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발과 생산 전반에 관여하여 안전성과 효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여러 부처가 관여되는 일이므로 총리실은 효율적인 협업체계가 작동하도록 적극적으로 간여해 조율에 나서야 한다. 또한 WHO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그리고 세계 각국의 백신 연구기관과의 공조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회도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 신종 AI 대유행 기미가 감지되고 있는데도 국회가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백신 주권에 대해 말하지만 이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인내를 갖고 연구에 임해야 결실을 볼 수 있다. 그러자면 국회는 이번 추경에서부터 예산을 대폭 늘려 즉시 집행해야 한다.
대유행이 시작되면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 대유행 전,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철저하게 대비해야 그것을 막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