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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보스턴 마라톤 테러는 反인륜 범죄

입력 | 2013-04-17 03:00:00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폭발물 2개가 터져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40명 이상이 부상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폭발물을 터뜨렸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명백한 테러로 규정했다. 범인은 일반 마라톤 애호가들이 결승선에 도착하는 시간에 폭발 장치를 터뜨려 주변에 모여든 동호인들과 가족, 친지를 노렸다. 결승선 부근에서는 폭발되지 않은 사제폭탄 2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2001년 3000명이 넘는 인명 피해를 가져왔던 미국 9·11테러의 공포가 또다시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보스턴 마라톤에서는 1947년 서윤복, 1950년 함기용, 2001년 이봉주가 우승을 차지해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이번 테러는 미국 독립전쟁의 서막(序幕)을 연 ‘보스턴 티파티 사건’의 발원지를 노린 계획적인 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 스포츠 행사를 겨냥한 테러가 처음은 아니다.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이스라엘 선수 인질극,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때 극우파 남성의 폭탄 테러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 종교 이념을 초월한 인류 화합과 평화의 장(場)인 스포츠 이벤트를 겨냥해 테러를 일으키는 것은 어떤 명분이라도 반(反)인륜 범죄에 해당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건 직후 “사고에 책임이 있는 개인이든, 단체든 정의의 심판이 내려질 것”이라며 반드시 범인을 색출해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해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킨 테러범은 지구 끝까지라도 추적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테러범을 방조하거나 은닉하는 행위도 용서받을 수 없다. 테러를 응징하는 것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인류가 힘을 모아야 할 일이다.

2011년 5월 미군이 9·11테러의 주모자 격인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뒤에도 테러 공포는 가시지 않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막을 내렸으나 이라크 내부에 사회 불안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어제 하루만도 이라크에서 최소 50명이 숨지고 300명 가까이 다쳤다. 내전 중인 아프가니스탄은 물론이고 파키스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대부분 지역도 테러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미국 내에서는 자생적인 테러리스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군사력만으로는 테러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없다.

이번 테러가 발생한 직후 세계 각국은 바짝 긴장하며 테러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수는 없다. 정부는 군경(軍警)의 대비 상태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민 모두가 비상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