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는 사과를 맺을 수가 없지요… 조급함 버리고 기본에 충실했어요”
하루 10시간이 넘는 방문 수업에도 그의 목소리엔 힘이 넘친다. 핵심을 짚는 설명, 재미있는 이야기, 아빠 같은 인자함이 어우러져 학생들은 수업 내내 딴생각할 겨를이 없다. 정달조 교사가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그리고 7년 뒤인 지난해 성탄절. 그가 사무실에 들어섰다. 이때는 분위기가 천지차이였다. 최고 업무 실적을 자랑하는 자타 공인 ‘에이스’. 그리고 사무실 분위기 메이커. 이날 그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선물꾸러미까지 어깨에 짊어졌다.
지금 나이는 쉰 살. 늦깎이로 입문했지만 실력은 물론 열정까지 최고다. 학습지 시장에 불문율처럼 내려오던, 남자는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깼다. 웅진 씽크빅 정달조 학습지 교사. 학생을 잘 가르치는 비법을 살짝 공개했다.
학습지 교사는 교사와 영업직이 섞인 직종이다. 보통 학생당 과목 하나에 3만5000원 정도인데 이 중 40%가량을 교사가 손에 쥔다.
수입은 가르치는 학생 수에 따라 천차만별. 한 달에 100만 원을 못 버는 교사도 많다. 광주 남구에서 일하는 정 교사는 순수 연봉만 7000만 원에 이른다. 맡고 있는 수업은 한 달에 300개 정도. 주중엔 보통 오후 1시쯤 가르치기 시작해 11시쯤 마친다. 주말에도 평균 10시간가량 일한다.
처음부터 잘나간 건 아니었다. 학부모들은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했다. “보다시피 무뚝뚝하게 생겼잖아요. 게다가 나이 많은 아저씨고. 저라도 제 아이 안 맡길 것 같은데요.”
‘무명’ 생활은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잘 가르친다고 입소문이 났다. 그의 수업에 만족한 학부모들이 홍보맨 역할을 했다. 학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를 유명 교사로 이끈 학습 지도 노하우가 뭘까.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 “벚나무는 사과를 맺을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하세요.” 즉 조급해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란 얘기다. 그는 학부모 10명 중 9명이 자기 아이를 과대평가한다고 했다. 유아 부모는 자녀를 천재로, 초등학생 부모는 영재로 안다. 자녀가 중학생 때쯤 현실을 깨닫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이 과정에서 특히 3가지를 강조했다.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하되 점수 얘기는 하지 마세요.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벚나무 얘기가 또 이어졌다. “벚나무에서 달콤한 열매가 안 난다고, 사과나무에서 멋진 꽃이 안 핀다고 낙담하지 마세요. 아이가 중학생이 되기까진 조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하라
예진(가명)이란 학생이 있었다. 어릴 때 크게 병을 앓아 또래보다 정신연령이 낮았다. 어느 날 예진이가 불쑥 던진 한마디. “선생님은 다 알잖아요.” 이 한마디가 그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학습지 교사는 길게는 10년 넘게 아이와 인연을 이어 갑니다. 개인적인 얘기도 많이 하죠. 공부뿐만 아니라 상담교사 역할까지 하므로 학생에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그의 교수법은 단순히 무엇을 가르치느냐에 한정되지 않는다.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가끔은 과장된 칭찬도 이 또래 학생에게 긍정적이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수업 마무리. “연속극 다음 회 기다리듯 다음 주를 기대하게끔 해야 해요.”
초등 고학년에게 진심이 담기지 않은 칭찬은 금물이다. 사춘기와 맞물려 자존감이 생기는 시기라 형식적인 칭찬은 역효과를 낸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진심을 담아 하는 게 좋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현해야 한다. 지금 공부하는 내용이 나중에 어떤 수업과 이어진다고 알리는 진도 연계학습도 필수다.
마지막으로 중학생.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하는 시기다. 수시로 성인처럼 인정해 주면 학습 진행이 효과적이다. 학습시간, 학습량, 진도는 교사가 주도하지만 결정 과정에 일정 부분 학생을 참여시키면 책임감이 생겨 수업 집중력이 높아진다. 특히 중학교 2학년은 고민이 가장 많은 시기. 30분 단위로 끊어서 잠시라도 고민을 들어 주고 공감을 표시하는 시간을 가지면 수업에도 효과적이다.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학(學)보다 습(習)이 중요해요.” 입력이 학이라면 저장은 습. 컴퓨터는 입력하는 대로 다 저장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반드시 혼자 되새길 시간을 확보해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학생이 교육방송 교재,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하루 1시간씩만이라도 저장할 시간을 주세요.”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