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 셀트리온회장 주식 해외매각 선언
서 회장은 “지쳤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도 투기 세력과 이를 묵인한 금융 당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증권가와 바이오 업계는 향후 어떤 파장이 미칠지 관심을 보이면서 매각 결정의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 “2년간 온갖 악성 루머 시달려”
회사 측이 공개한 악성 루머는 다양했다. 신약 개발과 관련해 임상시험에 착수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환자 사망설’이 유포됐다. 임상시험이 성공하면 ‘허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도 퍼졌다. 서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투기적 공매도는 악(惡)”이라며 “나로 인해, 나의 결정으로 인해 공매도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서 회장 개인에 대한 음해도 컸다고 했다. 미국 도주설, 건강 악화설이 연이어 나왔다.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돈이 투자자금으로 쓰였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서 회장은 털어놓았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하루 거래량 대비 공매도 체결 비율이 3% 이상인 날은 189일(43.8%), 5% 이상인 날은 145일(33.6%), 10% 이상은 62일(14.3%)이었다.
이와 함께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셀트리온은 주가 안정을 위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총 150만 주(75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최후의 카드로 경영권을 내려놓으며 한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접고 금융당국에 공매도 세력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동시에 찾아왔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고난을 극복한 한국의 바이오테크 성공 기업인’으로 거론한 서 회장은 예상치 못한 충격을 안기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대우자동차에서 명예퇴직을 당했지만 당시에는 이름도 생소한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뛰어들어 셀트리온을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키웠다.
○ “고심했다” vs “진정성에 갸우뚱”
서 회장이 다국적 제약회사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부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보유한 ‘항체 대규모 발효 정제기술’은 2010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관련법에 따라 해외 인수합병(M&A)을 할 때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실무진과 법 규정을 검토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 분야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바이오시밀러 산업 육성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장관석·김현수·김철중 기자 jks@donga.com
▼ 주식 빌려와 판뒤 나중에 해당 주식 사서 되갚는 매매 ▼
■ 주식 공매도란
공매도는 다른 투자자에게서 주식을 빌려와 판 뒤 나중에 해당 주식을 사서 되갚는 매매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주식이 없어도 팔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반드시 주식을 빌려 와야 한다. 빌릴 때보다 나중에 살 때 주가가 떨어져 있어야 차익을 본다.
예를 들어 A 종목 주가가 1만 원일 때 주식을 빌려 와 팔았는데(공매도 매도 주문) 실제 결제일에 8000원으로 떨어지면 투자자는 그때 사서 갚고 2000원을 버는 식이다. 대부분은 파생상품을 거래하면서 혹시 손해가 생겼을 때 이를 보전하려고 이용한다.
공매도에 나선 투자자들은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해당 기업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리기도 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이 점을 호소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문제 제기로 해당 종목의 공매도를 들여다봤지만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했다고 볼 만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공매도 부작용을 막으려고 직전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개별 종목의 공매도가 주식 거래량의 3∼5%를 20일 이상 초과하면 공매도를 금지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는 공매도 물량이 발행주식의 0.01%를 초과하면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정임수·황형준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