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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南에 “대화하려면 먼저 사죄하라”

입력 | 2013-04-17 03:00:00

北 “美와 굴욕적인 비핵화 협상 않겠다”… 오바마 “밥상위 숟가락 집어던지지 말라”




북한이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데 이어 ‘비핵화에 대한 의미 있는 조치’를 조건으로 “대화를 원한다”는 미국의 메시지도 16일 거부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가 먼저 비핵화 의지를 보여줘야 대화하겠다는 것은 우리의 법을 감히 무시하려 드는 오만 무례하기 그지없는 적대행위”라며 “대화를 반대하지 않지만 핵 몽둥이를 휘둘러대는 상대와의 굴욕적인 협상에는 마주 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대화 타령을 늘어놓고 있다”며 “이것은 미국이 마치 군사행동을 자제하고 대화를 원하는 듯 행세해 전쟁으로 치닫는 긴장격화의 책임에서 벗어나 보려는 교활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 공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진정한 대화는 오직 우리가 미국의 핵전쟁 위협을 막을 수 있는 핵 억제력을 충분히 갖춘 단계에 가서야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날 새벽 최고사령부 명의로 발표한 ‘최후통첩장’에서는 한국 정부에 “대화를 원한다면 모든 반북행위를 사죄하라”며 “남조선 괴뢰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인 반공화국 집회에서 우리 최고 존엄의 상징인 초상화를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남측이 “진실로 대화와 협상을 원한다면 지금까지 감행한 모든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사죄하고 전면 중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혀 대화 가능성의 여지는 남겨뒀다.

개성공단을 관할하는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이날 밤 비망록을 내고 개성공단 중단 책임을 한국 정부에 돌리면서 “남측이 우리의 중대 조치에 계속 시비를 걸며 책임을 전가하려 들면 사태는 더욱 악화돼 만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북한이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잠재적인 해결책 논의에 동의하기에 앞서 앞으로 몇 주간 북한으로부터 더 도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NBC방송의 ‘투데이’ 프로그램에 나와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은 없다고 보지만 미국은 모든 긴급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도발적인 행동에 보상하지 않을 것이다. 밥상 위에 숟가락을 집어던지고 제 갈 길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완준·조숭호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