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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마라톤 폭탄테러]“결승점 통과 얼마뒤 쾅, 조금만 늦었다면… ”

입력 | 2013-04-17 03:00:00

■ 한국인 참가자들이 전하는 사고순간




“엄마 잘 뛰고 올게. 결승점 근처에서 기다려. 마지막 200m는 손잡고 함께 뛰자.”

미국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했던 주부 직장인 마라토너 조혜숙 씨(41·양천 조기 B반)는 15일 오전(현지 시간) 서울에서 함께 온 중학생 아들 민수(15)와 초등학생 딸 예진(10)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했다. 마라톤에 입문한 지 4년째인 조 씨는 결혼 전 스튜어디스로 일하며 미국의 대도시를 두루 다녔지만 보스턴은 처음이었다.

즐겁게 달리다 풍광이 좋은 곳에서는 멈춰 서서 사진을 찍고 응원단이 틀어준 ‘강남스타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오후 2시 40분경 40km 지점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고 아이들이 기다리는 결승점을 향해 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경찰이 코스를 막아서며 더이상의 질주를 막았다. 함께 뛰던 미국인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서 있던 미국인 여성이 휴대전화로 사고 소식을 접하고는 “결승점에 아빠가 응원 나와 있는데, 폭탄이 터졌다고 한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조 씨는 ‘민수와 예진이는 무사할까’ 하는 생각에 눈앞이 노랗게 변하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용기를 내 민수에게 휴대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민수는 전화를 받았다. 결승선 주변은 접근하기 어려워 좀 떨어진 곳에서 기다려 다행히 화를 면했다고 했다.

아이들이 무사한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주변을 살펴보다 태극기를 든 다른 한국인 참가자들을 만나 1시간 정도 보도로 도시를 우회해 한국에서 함께 온 일행이 만나기로 한 힐턴호텔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일행과 함께 있다가 엄마를 보자 울음을 터뜨렸다. “큰 소리가 나고 사람들이 ‘무조건 뛰라’는 소리에 가드라인을 무너뜨리고 뛰어나갔어. 나도 예진이 손을 잡고 무조건 뛰었어. 주변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무서운 영화에서나 나오는 그런 장면이었어.”

이날 3시간 46분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한 신종태 정원기계공업주식회사 이사(53·인천 런너스 클럽)는 물과 음식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가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결승선 근처에서 섬광이 번쩍였고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순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어디선가 달려온 수많은 경찰이 현장을 장악했다. 테러 사태가 났다고 직감했다.

마라톤 입문 7년차인 신 이사는 “11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이런 일도 있구나. 좀더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면 나도 무사하지 못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조 씨와 신 이사 등 한국인 출전자 28명을 이끌고 온 뉴욕 푸른여행사 데이비드 강 상무도 결승선에서 100m 떨어진 ‘만남의 장소’에서 경기를 마친 선수들을 기다리다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해마다 보스턴 마라톤에 한국인 참가자들을 모시고 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모두 무사해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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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 첫 폭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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