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혹한 보스턴 사고현장
美,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참혹한 순간
마크 울리치 씨(40)는 사건 발생 1시간 전에 친구와 함께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한 뒤 호텔 방에서 첫 완주를 축하하던 차에 강렬한 폭발음을 들었다. 그는 “당시 폭탄이 터진 줄 알고 창문으로 달려갔더니 흰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순간 9·11테러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났다는 사실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10초 뒤 2차 폭발음이 울리자 현장은 전쟁터가 됐다. 운집해 있던 2만여 명은 자욱한 연기 속에서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다. 서로 부딪치고 넘어지길 반복하다 현장에서 벗어난 이들은 가족의 안부를 챙겼다. 부모들은 끔찍한 광경을 볼까 봐 아이들의 눈을 가리기도 했다. 상황이 진정되자 마라톤 참가자들은 자신의 티셔츠를 찢어 부상자들을 지혈하거나 휠체어로 부상자들을 옮겼다.
사건 다음 날인 16일 오전에는 지하철 운행이 재개되고 출근하는 사람들로 보스턴 도심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겉으론 평온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고 현장 주변에는 경찰뿐만 아니라 밤새 이동한 방위군과 군용 지프까지 투입되는 강화된 경비로 팽팽한 긴장감은 여전했다. 인근 호텔에서 묵은 미 사법부 산하 미 총기 화약국(ATF) 요원들이 아침 일찍 다시 현장에 투입돼 추가 폭발물 수색에 나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박중석 보스턴영사관 영사는 “사안이 심각하다 보니 모든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 페어먼트코틀리플라자호텔 로비에는 무릎과 다리에 붕대를 매고 휠체어에 탄 대회 참가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속속 떠났다. 전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휠체어를 탄 한 참가자는 “나는 이만한 게 다행이다. 병원에는 중상자들도 보였다. 마라톤에서까지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보스턴을 관통하는 찰스 강을 사이에 두고 테러 현장의 바로 맞은편에 있는 매사추세츠공대(MIT)는 21층짜리 그린빌딩 전체의 조명을 이용해 성조기를 형상화해 밤새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동북부 지역에서 독립전쟁을 기리는 패트리엇데이 휴일인 15일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을 부각하며 의도된 테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보스턴=박현진 특파원·이설 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