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흙 발라 안미끄러지는 MLB 공인구의 비밀
메이저리그는 공인구에 ‘러빙 머드’라는 특별한 진흙을 발라 경기에서 쓰기 전에 이미 공이 흙색을 띠고 있다. 메이저리그 장비 관계자들은 아래 왼쪽 사진처럼 손에 진흙을 묻혀 공에 바른다. 이 제품은 오른쪽 아래 사진처럼 플라스틱 통에 담아 배달된다. 2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공인구가 미끄러워 적응에 애를 먹던 한국 대표팀 선수단도 이 진흙을 구해 훈련 때 썼다. 사진 출처 레나 블랙번 베이스볼 러빙 머드 홈페이지
한국과 달리 메이저리그는 경기 때 쓰는 모든 공에 진흙을 바른다. 그것도 ‘레나 블랙번 베이스볼 러빙 머드’라는 회사에서 만든 전용 진흙만 쓴다. 이 회사는 뉴저지 남부 델라웨어 강 근처에 있는 늪지대에서 진흙을 가져온다. 구체적인 장소는 비밀. 이 회사를 3대째 운영하고 있는 빈틀리프 집안만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다.
회사 대표 짐 빈틀리프 씨는 16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가끔 사람들이 진흙 캐내는 걸 목격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정원에 쓰려고 한다거나 벌에 물린 데 바른다고 둘러댄다”고 말했다.
야구공에 이물질을 바르기 시작한 건 불행한 사건 때문이다. 1920년 클리블랜드 유격수 레이 채프먼이 뉴욕 양키스 투수 칼 메이스의 손에서 빠진 야구공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당시 타자들은 “헬멧은 겁쟁이들이나 쓰는 것”이라며 헬멧을 쓰지 않고 경기에 나섰다. 따라서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투수 쪽에서 해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담배 진액, 구두약 같은 걸 발랐다. 하지만 공이 너무 끈적거려 투수들의 불평이 컸다. 야구장에 깔린 흙을 쓰니 이번에는 흠집이 생겨 공이 제멋대로 날아갔다. 게다가 공에 일부러 흠집을 내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반칙 투구에 해당된다.
류현진
빈틀리프 씨는 “진흙을 파다 보면 밑으로 갈수록 모래가 섞여 나온다. 그래서 제일 부드러운 윗부분만 걷어내 쓴다”며 “이렇게 가져온 진흙을 와인처럼 숙성해 각 팀에 공급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마이너리그 팀들도 이 진흙을 쓴다.
메이저리그 장비 담당자들은 보통 경기마다 야구공 11더즌(132개)에 진흙을 바른다. 소요 시간은 약 40분. 이때 자기 입에서 나온 침을 윤활유처럼 쓴다. 애틀랜타 팀의 장비 담당 크리스 반 잔트 씨는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파울볼을 서로 가지려고 다투는 팬들을 보면 ‘그건 내가 침 뱉은 공’이라며 혼자 웃는다”면서 “진흙 작업을 할 때는 침이 마르지 않게 늘 껌과 탄산음료를 곁에 둔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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