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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세계적 구두박람회 ‘미캄 상하이’ 현장

입력 | 2013-04-18 03:00:00

한국發 컴포트화, 활력과 세련미로 중국 여심에 어필



9∼11일(현지 시간) 열린 최초의 상하이 세계구두박람회(미캄) 현장.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패션위크 기간에 맞춰 열리는 밀라노 미캄이 중국 상하이에 첫 선을 보여 세계 구두 업체들의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안토니 제공


10일(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는 패션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두 가지 주요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10∼17일 열린 상하이 패션위크와 9∼11일 열린 상하이 구두박람회(미캄) 덕분이다.

특히 올해 첫 회를 맞은 상하이 미캄은 여러모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미캄은 원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일 년에 두 번 열리는 세계 최대의 국제 구두박람회다. 이탈리아 신발제조협회(ANCI) 등이 주최가 돼 열리는 미캄은 신발 유통업체라면 반드시 참여해야 할 ‘성지’로 꼽힌다.

밀라노 패션위크 시즌마다 30여 개국 16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미캄은 대대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구두 명가들이 주축이 되는 축제라 언제나 콧대가 높았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이나 중국 바이어들이 사진이라도 찍으려고 하면 “카피하려는 거냐”며 내쫓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런 미캄이 무시하던 아시아 시장에 먼저 다가가기 위해 상하이에 미캄을 론칭했으니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했다. 10일 찾은 상하이 전시센터에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숨은’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 등의 브랜드 250여 개가 바이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참여 업체들의 기대는 컸다. 중국의 잠재적인 중산층 소비자는 3억 명에 달하며 2011년 유럽연합(EU)은 중국에 신발 690만 켤레를 팔았다. 이는 전년 대비 40.4% 늘어난 수치다. 판매금액으로 따지면 52.3% 늘었다.

기미 발디나니 ANCI 부회장은 지난해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캄을 세계 시장에 론칭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장소는 상하이였다”며 “최초로 열리는 미캄 상하이가 신발 업체들이 (아시아에서) 성공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A style은 최초로 열리는 미캄 상하이 현지에서 올 가을겨울 신발 트렌드를 감지해봤다.



컴포트화

한국 업체로는 유일하게 상하이 미캄에 참여해 중국시장 진출에 나선 안토니의 바이네르 부스. 안토니 제공

운도남녀(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도시 남녀) 트렌드가 세계를 지배하는 듯했다. 그만큼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컴포트화 브랜드들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곳이 바이네르. 이탈리아 브랜드지만 유럽 이외의 시장에서는 한국회사인 ‘안토니’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컴포트화 브랜드다. 이번 상하이 미캄에 유일하게 참여한 한국 업체였다. 한국에서는 발이 편한 특징 때문에 중장년층을 위한 신발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20, 30대를 위한 다양한 디자인이 많았다. 젊은층도 중장년층 못지않게 편한 신발을 찾기 때문이다.

현지 바이어들도 뒤축에 크리스털이 박힌 부드러운 가죽 소재의 워커, 편안한 웨지 힐 등에 관심을 보였다. 빨간색 메리제인슈즈 스타일의 귀여운 디자인도 눈에 띄었다. 올겨울도 한파를 예상한 듯 털이 들어간 패딩 부츠도 여럿 선을 보였다.

남성 신발은 ‘보트 슈즈’처럼 디자인과 편안함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제품이 나와 있었다. 가을겨울 시즌이지만 색깔이 화려해진 것도 특징. 노란색과 파란색이 대조를 이루는 남성 신발도 눈에 띄었다.

김원길 안토니 대표는 “상하이 미캄은 바이네르의 중국 진출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당장 중국 백화점에 파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함께할 파트너를 찾아 중국 소비자들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섹시한 슈즈의 대명사 ‘체사레 파초티’의 스포티 라인인 ‘4US 체사레 파초티’도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요즘 유행에 따라 하이탑(목까지 올라오는 신발) 스니커즈에 주얼리를 박은 화려한 장식의 제품이 주를 이뤘다.



클래식

이탈리아가 주축이 된 구두 박람회인 만큼 클래식 수제화 브랜드들도 아시아 바이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100여 년 역사의 ‘프란체스케티’는 글로벌 유명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신발을 아는 사람들은 단번에 ‘잘 만든 구두’라고 못을 박았다. 반들반들하게 가공한 소가죽을 겹겹이 손으로 스티치 작업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클래식 구두였다.

40년 구두 ‘달인’인 김원길 안토니 대표도 “이런 구두는 한국에서 잘 못 만든다. 굉장히 잘 만든 구두”라고 말했다. 프란체스케티 관계자는 “단독매장은 없지만 주요 편집매장에서 팔고 있다”며 “독일과 러시아 등지에서 클래식 구두가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트렌디한 이탈리아 고급 브랜드 ‘발디니니’는 트렌드와 클래식을 모두 엿볼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불황 탓에 오래 신을 수 있는 클래식 열풍이 구두에도 불고 있는 셈이다. 전체적으로 클래식하되 구두 굽에 보석이나 색다른 디자인을 입히는 트렌드도 올 가을겨울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하이=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