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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4·1 부동산 대책 ‘시장 반응’ 살펴보니…

입력 | 2013-04-18 03:00:00

오피스텔만 한숨




《 맞벌이 주부 노모 씨(35)는 얼마 전 발표된 주택시장 종합대책을 보고 낙담했다. 오피스텔이 모든 혜택에서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1년 7월 1억5000만 원을 들여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 전용면적 17.5m²의 오피스텔을 장만했다. 분양 당시에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70만∼80만 원의 임대료를 챙길 수 있고, 나중에 매매차익까지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주변에 신규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임대료는 서서히 낮아졌다. 이제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임대료 60만 원도 감지덕지다.

노 씨는 “이번 종합대책에서 오피스텔만 제외돼 박탈감이 크다”며 “애초에 오피스텔이 아니라 중소형 아파트를 사둘걸 후회스럽다”고 전했다. 부동산시장에 모처럼 봄바람이 불고 있지만 1, 2인 가구와 신혼부부의 보금자리로 각광받았던 오피스텔 시장은 침울하기만 하다. 공급 과잉으로 임대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데 세제 혜택에서마저 소외돼 임대수익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 “아파트에만 혜택 집중”


오피스텔은 ‘주택 거래 살리기’에 나선 정부로부터 이번에 세제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다. 정부가 취득세를 면제해 주기로 한 대상은 생애 최초로 구입한 6억 원 이하 ‘주택’이지 ‘오피스텔’은 아니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이어서 대상이 되지 않는 것. 매매가 2억 원인 중소형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구입했을 때 아파트는 취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지만 오피스텔은 매매가의 4.6%에 해당하는 920만 원을 취득세로 내야 한다.

금융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정부는 국민주택기금으로 지원하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자금 금리를 현 3.8%에서 3.3∼3.5%로 인하한다는 방침이지만 오피스텔 투자자들은 이 자금을 못 쓴다. 전날 여야정이 합의해 대상을 넓힌 양도세 혜택도 오피스텔은 대상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피스텔 대신 중소형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안 그래도 포화 상태인데 아파트에 혜택이 집중되면서 당분간 오피스텔 시장 전망이 밝지 못하다”며 “오피스텔을 알아보던 일부 사람들은 중소형 아파트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매물이 많지 않은 초소형 아파트의 매매가는 임대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급상승세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m²는 매매가가 4억1000만∼4억3000만 원 선으로 올해 초보다 1000만 원가량 올랐다.

○ “레지던스로 분양 성공”

일부 건설사나 시행사는 ‘오피스텔 비상사태’를 맞아 아예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바꿔 분양을 추진하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시설로 관광객을 들일 수 있어 수익률이 오피스텔보다는 높다. 오피스텔로 지어진 건물을 그대로 쓰면서 용도변경만 하면 된다.

지난해 대우건설의 부산 ‘해운대 푸르지오시티’는 레지던스로 용도를 바꾸겠다고 홍보해 ‘2043 대 1’의 경쟁률로 분양에 성공한 바 있다. 서울 강남구 ‘강남역 푸르지오시티’, 서대문구 ‘신촌 푸르지오시티’, 제주 ‘디 아일랜드 마리나’ 등도 레지던스로 변경하거나 변경을 추진 중이다.

강남역 푸르지오시티 시행사인 S&D파트너스 이화수 과장은 “지난해 강남역 주변에만 오피스텔이 2000실이나 공급돼 투자자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라며 “삼성타운이 근처에 있어 비즈니스 출장 수요가 꾸준히 있을 것이란 판단에 레지던스로 변경했고 상품에 대한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 “아파트 전세금 무서워 오피스텔 사려 했는데…”

소외된 오피스텔 시장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 매매는 꿈도 못 꾸고 갱신 때마다 급등하는 전세금 부담을 피하려고 오피스텔을 사려고 했던 신혼부부들의 원성이 크다.

직장인 김모 씨(31)는 “직장 근처 아파트는 전세금마저 비싸 일단 오피스텔을 사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이번 부동산 대책 때문에 다시 아파트를 알아보는 중”이라며 “사실상 1, 2인 가구와 신혼부부들에게 오피스텔이 주택으로 기능하고 있는데 이를 주택으로 보지 않아 혜택을 주지 않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이 더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3월 말 기준 전국 5.94%, 서울 5.49%, 경기 5.97%, 인천 6.67%로 공급물량이 크게 늘기 시작한 2011년 말과 비교해 이미 하락세가 시작됐다. 2011년 말에는 오피스텔 수익률이 전국 6.01%, 서울 5.54%, 경기 6.06%, 인천 6.95%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정책의 목표는 주택 시장 정상화”라며 “여야정 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이 오피스텔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하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