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대주주 지분매각 주간사로
국내 대표 바이오의약품 기업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56)이 공매도 투기 세력과 싸우는 데 지쳤다며 주식 전량을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뒤 바이오 업계에서 “제2, 제3의 셀트리온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 바이오 기업들이 규모가 크지 않고 루머에 취약해 손쉽게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소액주주들도 금융 당국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 등에 고발하겠다고 나서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중견 바이오 업체 대표는 1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은 아무리 진정성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해도 주식 시장에서 ‘운 좋으면 한몫 잡을 수 있는 테마주’ 취급을 받는다”며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투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며 유입되는 자금도 단기성 자금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이오산업은 연구개발(R&D) 및 사업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개인의 힘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지금 상황에선 제2, 제3의 셀트리온이 나온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재칠 소액주주 모임 회장은 외국계 헤지펀드를 공매도 의심 세력으로 꼽으면서 “정부의 금융감독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지난 2년간 공매도 세력의 공격이 끊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 회장의 주식 매각 배경에 대해 의심 섞인 시각도 여전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루머나 정보에 따라 주가가 변동하는 게 주식 시장이며 공매도는 셀트리온뿐만 아니라 모든 업체가 당면한 시장 상황”이라며 “공매도 투기와 악성 루머를 보유 지분 전체 매각의 배경으로 드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셀트리온 주가는 전날보다 6650원(13.35%) 떨어진 4만3150원에 장을 마쳤다. 인터넷 종목 게시판에는 “회사가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글들이 줄을 이었고 셀트리온의 실적이 부풀려져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는 실적과 연동되는 게 정상인데 갑자기 대주주가 지분을 처분하겠다고 나서니 누구도 쉽사리 주가를 전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이날 서 회장 지분 매각을 처리할 주간사회사로 JP모건을 선정하고 매각 대상 업체를 검토하기 시작하는 등 매각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