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는 지인 “金 前차관에게 차명폰 건네” 경찰에 진술저축銀 로비 검찰수사때도 사용 의혹 있었지만 흐지부지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이 검찰 간부 시절 차명 휴대전화를 여러 개 사용하며 윤 씨와 자주 통화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그동안 “윤 씨는 모르는 사람이고 (성접대를 받은 장소로 거론된) 별장에도 간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17일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윤 씨의 통화 기록과 윤 씨 주변 인물들이 “김 전 차관과 통화할 때 썼던 번호”라며 경찰에 진술한 전화번호를 분석한 결과 김 전 차관 소유 휴대전화의 번호와는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일부 번호는 김 전 차관과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업가 A 씨가 제공한 차명 휴대전화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협력업체 직원 명의로 전화를 개통한 뒤 김 전 차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최근 A 씨를 소환해 차명 휴대전화 명의를 빌려준 협력업체 관계자와 대질조사까지 벌인 끝에 A 씨로부터 “협력업체 사람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받아 김 전 차관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윤 씨에게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시기인 2008∼2011년 윤 씨와 통화할 때 이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A 씨가 김 전 차관에게 건네준 차명 휴대전화 가운데 일부 번호와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사이에 통화가 이뤄졌다는 정황을 검찰이 파악하고도 문제를 삼지 않았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지난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 수사 당시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핵심 로비스트가 자주 통화한 목록에 A 씨 명의의 휴대전화가 있었고, A 씨는 검찰에서 “김 전 차관에게 제공한 차명 휴대전화”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고검장급 간부였던 김 전 차관은 별다른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경찰은 의혹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에 A 씨 조사 기록 등 관련 자료를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경찰 실무진에선 성접대 의혹 수사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수사 지휘부가 대거 교체돼 수사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 ‘성접대 의혹’ 수사라인 대거 교체… 경찰대 출신 모두 배제 ▼
6일 치안감 인사에서 이 사건 수사책임자였던 김학배 경찰청 수사국장(치안감·사법시험 특채)이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발령이 난 데 이어 15일 이세민 수사기획관(경무관·경찰대 1기)마저 이례적으로 보임 6개월 만에 경찰대 학생지도부장으로 전보됐다. 경무관급 이상 경찰 인사는 대통령이 재가한다.
신광영·박훈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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